트럼프, '우크라 스캔들' 녹취록 공개하며 탄핵조사 반박

"바이든 아들에 대해 알아봐 달라" 포함
트럼프, 측근 통한 조사 자문 제의하기도
외신들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보도

미국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문제삼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개시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 내용이 압력 행사가 아니며 부적절한 내용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신들은 녹취록 공개 직후 일제히 ‘조사 외압’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진행됐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A4 5쪽 분량의 문서에는 두 정상이 나눈 대화 내용이 소상히 기록돼 있었다.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전 부통령)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검찰 조사를 멈추게 했다고 하는 데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한 번 알아봐 주길 바란다…매우 끔찍한 이야기로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측근들을 통한 조사 자문을 제의하기도 했다. 통화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줄리아니와 바(Barr) 법무장관에게 당신에게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지칭한 것이다.

AFP통신은 “통화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바이든을 조사하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줄리아니, 바와 함께 바이든을 조사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통화 녹취록은 민주당의 탄핵조사 개시 빌미를 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져 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미국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요구하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2014년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 부리스마에 이사로 취임한 뒤 우크라이나 검찰이 비리 혐의로 부리스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바이든이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에 검찰총장을 해임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고 부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녹취록이 공개되기 직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녹취록을 보고 사과를 할까?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