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위태로울 때…리더의 정신건강을 의심해보라

공병호의 파워독서

리더의 마음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지음
윤동준 옮김 / 생각의서재
왜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어쩌면 저렇게 낙관적일 수 있을까.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사람들은 대개 전전긍긍하게 된다. 파괴적인 결과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정신건강을 묻고 답하는 보기 드문 책이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교수인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에 의해 선을 보였다. 그의 저서 <리더의 마음>은 리더들이 쉽게 빠져드는 심리적 덫을 임상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수십 년간의 컨설팅과 심리 상담 경험, 역사와 문학, 심리학 등 인문학 지식들을 총동원해 리더의 내면을 탐구한다. 나르시시즘, 감정표현불복종, 가면증후군 등이 다뤄진다. 결국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을 이해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리더의 건강도를 평가하는 16가지 질문을 던진다. 리더의 시각에 현실성이 결여됐는가, 리더가 항상 다른 사람의 잘못을 찾는가, 자신의 실수에 따른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가, 조직 추종자들이 자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만 나눠어져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쁜 뉴스에 대한 리더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추종자들이 자기검열을 스스로 강제하는가, 리더가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기를 원하는가, 리더가 항상 자기 자랑을 하는가, 리더가 끊임없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를 바라는가 등이다.

이 질문 중 네댓 개 이상에서 ‘예’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 조직에는 분명 걱정할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리더의 정신건강이 균형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리더의 정신건강을 무너뜨리는 여러 요인이 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면 될수록 권력 남용과 균형 파괴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에 관한 한 건설적인 불균형, 균형과 평형추가 존재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리더를 견제하기 위해 조직에 구축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에 관한 토론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또한 리더의 권력에는 광대의 어리석음이 꼭 필요하다. 여기서 광대는 일반적인 의미의 어리숙한 사람을 뜻하지 않고 왕과 같은 절대권력 앞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리더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광대역을 맡은 사람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현자나 광대는 종종 오만으로부터 왕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리더십 병리학의 맥락에서도 광대는 중대한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면 광대는 어떤 역할을 맡는가. 그는 잘못 내려진 결정의 어리석음을 증명함으로써 리더가 확고한 현실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리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추종자들의 존경과 찬탄 때문에 서서히 자신에게 취해가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솔직한 피드백과 건강한 자기비판을 상실하게 되면 리더는 피해야 할 심리적 덫에 빠져들고 만다. 리더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