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누설혐의' 이태종 前법원장 "공소사실 인정 안 해"

"비리 집행관 징계하고 개선책 마련…검찰 수사확대 막으려던 것 아니다"
수사 기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정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했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30년간 법관을 천직으로 알고 오로지 사건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심리해 올바른 결론을 내리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법원장의 소임을 맡았을 때도 오로지 소속 법원을 더 좋은 법원으로 만들기 위해, 소속 판사들이 더 좋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재판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부지법 집행관실에 비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것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해 집행관실 4명을 징계하고 사무원을 교체하는 등 여러 개선책을 마련했다"며 "검찰의 주장처럼 제 식구가 감싸기를 하며 수사 확대를 방지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로부터 2년여 후 검찰은 나를 공무상 기밀누설 등으로 기소했다"며 "청천벽력같은 기소였고, 같은 사건을 이렇게 달리 볼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전 법원장은 "내게 책임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질 테지만 정당한 업무 집행이었다면 훼손된 내 자긍심과 명예는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며 "사필귀정의 진리를 믿고, 어둠은 밝음을 이기지 못한다.

법정에서 적법한 증거에 따라 실체관계가 밝혀지고 끝내 정의가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은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10∼11월 이 법원의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의 수사와 관련해 영장 사본을 입수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등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 사본 등을 신속히 입수·확인해 보고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