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반려동물 1000만 시대

김학용 < 자유한국당 의원 ansung1365@hanmail.net >
초등학생 때 반려견 ‘조니’를 키운 적이 있었다. 조니는 아침에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방과 후엔 학교까지 마중 나와 같이 귀가할 정도로 하루를 함께한 친구였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데 조니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잰걸음으로 집에 왔다. 조니는 우리 집에서 운영하던 가게의 화장실 끝을 차지하고선 가족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다가 트럭에 치여 앞다리 한쪽이 절단돼 극심한 통증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놀란 내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서자 조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 다리로 화장실을 나왔다. 마치 ‘주인님,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당시는 동물병원은커녕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도 변변치 않았다. 지혈제로 쓰는 갑오징어 뼛가루를 동네 약방에서 사다 다리에 발라주고 붕대로 감아주는 등 정성껏 돌봤다. 시간이 지나 상처는 아물었으나 안타깝게도 세 다리로 걷는 장애견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조니는 씩씩하게 나와 함께 다니곤 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조니를 찾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잘 키울 집으로 보냈다고 말씀하셨지만 어린 나이에도 개장수에게 팔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개가 세 다리로 다니는 모습이 어른들 보시기에 불편했나 보다 생각했다. 울며불며 떼를 써봤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리가 부러진 고통에도 나만 의지했던 조니의 충심을 잊을 수 없어 평생 보신탕을 먹지 않게 됐다. 다시 아픔을 겪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개를 멀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12년 전 우연찮게 강아지를 분양받으면서 다시 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강아지 ‘진순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진순이가 낳은 ‘판순이’와 ‘요다’까지 키우면서 강아지들이 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가족의 즐거운 일상이 됐다.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도리를 지키지 못한 사람을 개에 빗댄 것이다. 이 말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 개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특히 진돗개는 평생 한 주인에게만 충성을 바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로부터 위로받고,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테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거꾸로 사람의 도리를 생각해보는 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