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문 대통령 '평화지대' 제안에도…北 당국·매체, 이례적 침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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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실무협상에 총력" 분석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남 비난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 제거 등을 제시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70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관계를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북한에선 26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국 차원의 담화는커녕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중앙 매체들의 논평도 없다. 우리민족끼리나 메아리 등 대남 선전매체들도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와 관련해선 기사를 내지 않았다.
북한의 무응답은 일단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북 실무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미·북 실무협상 및 고위급 회담 결과가 향후 남북 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상적이라면 북한의 비난 성명이 나올 수도 있었다고 보지만 미국과 물밑 접촉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도 공식적인 비난은 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성사에 대해선 “아직 이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북 협상과 함께 북·중 간 논의 과정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북한이 우리 정부로부터 어떤 것을 반대급부로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정책 전문가는 “김정은은 신년사부터 줄곧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청해 왔는데 실제 이와 관련해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북한이 최근 남북 간 신뢰가 무너졌다며 대남 비난 공세를 했던 건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