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글로벌리즘이라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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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화)이라는 종교가 과거 미국 지도자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무시하도록 했다.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 각국 정상을 상대로 한 말이다. 그는 “미래는 세계주의자의 것이 아니라 애국주의자의 것”이라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유엔총회에서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신문과 방송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고립주의의 길이 미국의 적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며,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그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미국은 6만 개의 공장을 잃었다”며 “WTO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프랑스 멕시코 일본 등과도 전방위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배타적 애국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그는 최근 회의에서 “애국주의는 중화민족 정신의 핵심”이라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완성을 위해 애국주의 정신을 힘껏 드높이고 이를 국민교육 전 과정에 구현하자”고 역설했다. G2(주요 2개국)가 서로 국가주의·애국주의의 울타리를 치고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자유무역과 공정거래의 규칙인 룰(rule)이 힘에 의한 딜(deal)로 대체되면서 세계 경제와 외교 안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오랜 동맹이 하루아침에 거래상대로 전락하고 있다. 국가 간 교역의 기본 원칙은 분업과 전문화다. 생산성 높은 제품을 교환하면서 서로 이득을 본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은 “혼자 가면 죽고 함께 가야 산다”는 번영의 근본 이치를 일깨워 준다.한국은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되고 있다. 일본의 통상·외교 장벽과도 마주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이 생존의 조건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국제 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글로벌리즘은 ‘종교’나 ‘이념’이 아니라 ‘과학’이자 ‘실용’이다. 꼬일 대로 꼬인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는 지난해에도 유엔총회에서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신문과 방송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고립주의의 길이 미국의 적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며,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그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미국은 6만 개의 공장을 잃었다”며 “WTO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프랑스 멕시코 일본 등과도 전방위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배타적 애국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그는 최근 회의에서 “애국주의는 중화민족 정신의 핵심”이라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완성을 위해 애국주의 정신을 힘껏 드높이고 이를 국민교육 전 과정에 구현하자”고 역설했다. G2(주요 2개국)가 서로 국가주의·애국주의의 울타리를 치고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자유무역과 공정거래의 규칙인 룰(rule)이 힘에 의한 딜(deal)로 대체되면서 세계 경제와 외교 안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오랜 동맹이 하루아침에 거래상대로 전락하고 있다. 국가 간 교역의 기본 원칙은 분업과 전문화다. 생산성 높은 제품을 교환하면서 서로 이득을 본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은 “혼자 가면 죽고 함께 가야 산다”는 번영의 근본 이치를 일깨워 준다.한국은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되고 있다. 일본의 통상·외교 장벽과도 마주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이 생존의 조건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국제 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글로벌리즘은 ‘종교’나 ‘이념’이 아니라 ‘과학’이자 ‘실용’이다. 꼬일 대로 꼬인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