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유소년 축구도 인종차별 만연…두 시즌 동안 80건 접수"

최근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에서 흑인 선수를 대상으로 한 잇단 인종차별 공격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비슷한 일이 유소년 축구에도 만연해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탈리아 현지 축구계 인종차별 감시 단체에 따르면 유소년 축구리그에서 최근 두 시즌간 80건의 인종차별 공격이 보고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단체 대표인 마우로 발레리는 "많은 이들이 세리아A·B의 인종차별 이슈에 주목하고 있지만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활동하는 유소년 축구계에도 이러한 일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에는 리구리아주(州)에서 일부 관중이 경기 중 상대 팀 골키퍼인 14세의 어린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줘 논란이 됐다.

이탈리아 국적의 이 선수는 에콰도르인-이탈리아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아이의 어머니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연약한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를 치른 상대 팀은 이 선수에게 사과했지만, 문제의 관중에 대한 조처는 끝내 회피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 두 차례의 경고 후에도 인종차별 구호가 지속할 경우 심판은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관중의 신원을 확인해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유소년 구장의 경우 적절한 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가 더욱더 어렵다고 한다. 발레리는 "많은 국가가 축구계의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손을 놓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선 최근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인 인터 밀란 소속 로멜루 루카쿠와 AC 밀란 미드필더 프랑크 케시에(코트디부아르), 피오렌티나 수비수 달베르트 엔리케(브라질) 등이 팬들로부터 잇따라 인종차별적 모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흑인 선수다.

하지만 리그나 협회, 사법당국 등 그 어느 쪽도 현재까지 가해 팬이나 구단에 제재나 형사처벌을 부과하지 않아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축구계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해온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를 두고 "이탈리아 축구 당국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