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5촌조카·익성 부사장이 '2차전지 주가조작' 주도"

비상장사 가치 '뻥튀기'…상장사와 합친 뒤 시세차익 노려
'전주'는 WFM 前대표…코링크 배터리펀드에 80억 투자
"조국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과 익성 이○○ 부사장 주연의 사기극이다."검찰이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2차 전지 테마를 활용한 주가조작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링크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이런 증언이 나오고 있다.

5촌 조카 조모(36) 씨와 이모 부사장은 비상장사 가치를 부풀린 뒤, 상장사와 합쳐 시세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2차 전지 관련 비상장사에서 액면가(5천원)보다 833배나 높은 416만원의 전환가액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뻥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익성 상장 준비한 5촌 조카

27일 코링크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2월 설립된 코링크는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의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동차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를 만드는 익성은 2014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했다.2차 전지 음극재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김모 박사를 영입해 연구소를 만들고 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대차 1차 공급사(벤더)라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낮았고, 기업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지 못해 직상장에 난항을 겪었다.

익성의 지난해 매출액은 777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이다.이때 익성의 상장 작업에 투입돼 '우회상장'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 이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2012년 기륭전자 인수 작업 때 인연을 맺은 조 장관 5촌 조카를 데려와 사모펀드 설계를 시작했다.

코링크 설립 자본금 1억원 중 8천500만원은 익성에서 나왔으며, 이어진 유상증자 때 5촌 조카 조씨의 자금 2억5천만원이 들어왔다.

이 돈은 조씨 부인 이모 씨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빌린 5억원 중 일부라고 한다.

당시 조 장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첫 번째 우회상장 타깃은 코스닥 상장사 포스링크(옛 아큐픽스)였다.

익성은 코링크가 2016년 4월 조성한 레드코어밸류업 1호 사모펀드에 40억원을 출자했다.

이 중 25억원이 포스링크에, 나머지 15억원은 익성에 투자됐다.

포스링크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 익성은 우회상장에 이르지 못했고, 레드펀드는 결국 조성 1년 6개월 만에 청산됐다.
◇ 영어교육업체 WFM 무자본 인수해 2차전지업체 탈바꿈

2차 전지를 테마로 삼은 조씨의 주가조작 시도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부터다.

이즈음 조씨와 이 부사장은 영어교육 사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한 뒤 2차 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해 익성을 우회상장한다는 새판을 짠 것으로 보인다.

코링크는 우선 2017년 7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를 새로 조성해 정 교수와 정 교수 남동생 등 조 장관 일가에게 14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코링크 주변인들이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을 조씨의 '사촌형'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조씨는 이를 사업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 펀드는 익성과 합병할 계획이 있었던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에 전액을 투자했다.

웰스씨앤티는 투자금 13억원을 바로 익성의 자회사이자 2차 전지 음극재 생산·판매업체인 아이에프엠(IFM)에 재투자했다.

익성-IFM-웰스씨앤티를 '껍데기 상장사'에 합병해 주식시장에 올리는 그림이다.

통상 코스닥시장 우회상장은 상장을 원하는 기업인 '펄(pearl)'을 준비한 뒤 껍데기가 되는 상장기업인 '셸(shell)'을 인수해 붙이는 구조로 이뤄진다.

코링크는 같은 해 10월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펀드(80억 규모)를 조성한 뒤 자기자본 113억원을 보태 상장사 WFM 경영권을 인수했다.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는 '무자본 인수'였다.

코링크는 우국환 전 WFM 대표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섰는데, 배터리펀드 출자금 99%는 우 전 대표 측에서 나왔다.

코링크는 우 전 대표에게 WFM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받고, 자기자본으로 산 주식은 장외매도했다.

WFM 관계자는 "우 전 대표가 조씨 기획의 '전주(錢主) 역할을 한 것"이라며 "WFM·IFM의 경영 관련 회의와 결정은 우 전 대표, 5촌 조카 조씨, 익성 이 부사장이 했다"고 말했다.
◇ 장비 가격 부풀려 WFM 자금 빼돌린 정황도

코링크는 해외 업체들과 계약 체결을 추진하던 익성의 전기차용 2차 전지 음극재 특허를 '재료'로 적극 활용했다.

WFM이 2차 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4천원대이던 주가는 7천원대로 뛰었다.

2018년엔 비상장 기업 '가치 부풀리기'를 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난다.

WFM과 합칠 비상장사 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선 전환사채를 이용했다.

웰스씨앤티는 액면가(500원)보다 40배 비싼 2만원, IFM은 액면가(5천원)의 833배인 416만6천660원의 전환가액을 적용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예를 들어 원래대로라면 WFM 주식 1주와 IFM 주식 5주의 1 대 5 비율로 합병이 이뤄져야 하지만, IFM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여 합병 비율을 1 대 1로 만들면 IFM 주주들이 우회상장 때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웰스씨앤티도 마찬가지 구조다.

WFM에서 비상장사인 IFM으로 자금을 빼돌린 정황도 나타난다.

WFM은 코링크에 인수된 직후 IFM에서 111억원 규모의 2차 전지 음극재 생산 장비를 납품받기로 한다.

검찰은 장비 가격이 2배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WFM 회사 자금으로 포르쉐, 벤츠 등 고가 외제차를 구입해 타고 다녔다는 진술 또한 확보했다.

조씨는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업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판단한 이들이 올 초부터 속속 WFM과 IFM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조씨에게 속았다"는 것이다.WFM 관계자는 "IFM 대표를 맡던 김 박사는 음극재 사업이 수익을 내기까지 짧아도 2년 6개월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이 부사장·조씨 등이) 빠른 기간 내 성과를 내길 강요해 어렵다며 대표직에서 사임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