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인텔 '낸드 1000배 성능' 차세대 메모리 진검승부 [노정동의 3분IT]

AI·빅데이터 시대 기업 요구↑…"5년 내 시장구도 바뀐다"
D램·낸드로 '하이퍼 데이터' 처리불가
인텔 P램 기반 '옵테인', 삼성 'M램' 개발중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지난 26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인텔 메모리&스토리지 2019'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인텔은 이날 향후 메모리 분야에서 '옵테인'을 집중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코리아 제공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인 한국에서 미래 먹거리 계획을 발표하며 '차세대 반도체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등 비(非)메모리 분야에서 압도적 강자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옵테인'을 삼성전자 안방인 서울에서 발표하는 것은 삼성·SK 등 '한국 반도체 연합군'이 지배하는 메모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낸드보다 1000배 낫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로 집중 육성하는 제품은 '옵테인'으로 명명된 메모리다. 옵테인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합쳐 전력이 차단돼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고(안정성) 처리 속도는 낸드플래시보다 빠른(속도) 특성을 갖고 있다. 2017년 인텔과 마이크론이 합작해 만든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소자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다.

인텔은 옵테인을 앞세워 낸드와 D램 사이의 시장을 파고드는 계획을 짰다. 각 메모리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만 취합하면 고객사들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 델 등 유수의 기업들이 옵테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관건이나 수요 기업들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충분히 파장을 일으킬 만하다"고 했다.인텔은 차세대 메모리 전략을 자신들의 강점인 비메모리와 메모리의 '결합'에서 찾고 있다. 지난 4월 내놓은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 제품도 비메모리인 CPU에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결합해 쓰는 방식. 인텔 관계자는 "CPU와 D램을 각각 탑재하는 방식에 비해 공간 및 에너지 효율 면에서 훨씬 개선된 기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옵테인'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불리는 'P램'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P램은 전력량에 따라 결정과 비결정 상태로 바뀌는 물질을 활용해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방식이다. 부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휘발성 소자인 D램은 물론 자기장 기반의 삼성전자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M램'과도 대비된다.

기존 메모리가 데이터 '저장' 역할을 했다면 인텔이 마이크론과 합작 개발한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는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저장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D램 정도의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이상 내구성이 좋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신소재 기반이라 비용절감 및 상용화 여부가 관건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른바 'M램'으로 불리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M램은 자기장의 당기고 미는 힘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역시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우수하다. 자력 기반이라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는 그대로 저장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메모리로 M램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일부 제품에 현재 M램을 탑재하고 있다.

◆ "5년 안에 반도체 시장 구도 바뀐다"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메모리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세계 산업 지형도가 바뀌면서 앞으로 5년 안에 반도체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현재의 D램과 낸드플래시만으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고성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미국 기업들뿐 아니라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 등 데이터 사업을 하는 '고객사'들은 인텔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에 지속적으로 데이터 저장의 안정성·속도·전력·비용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텔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에 돌입한 것은 향후 열릴 거대한 'D램 이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업계 특성상 소량이라도 먼저 시장에 팔면 제품을 교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인텔 관계자는 "데이터 사업이 가치가 있으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즉각 처리하고 이를 실시간 분석해 의미 있는 것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인텔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관련 기업들이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