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실태조사·비교과 폐지 검토에 고교·대학 모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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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겹친 대학 "업무 마비"…"정성평가 어떻게 감사하나"
교사들 "학생부 비교과 폐지되면 학종 취지 퇴색…고교 황폐화"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와 학종 비교과 폐지 검토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대학들은 교육부가 학종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출신을 많이 뽑는 13개 대학의 학종 전형을 실태조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발하는 모습이다.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된 A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수시모집이 시작돼 10월 중순에 1차 서류전형 발표를 해야 해서 안 그래도 매일 야근 중이었는데, 이제 업무가 마비될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 대학 관계자는 "말로는 실태조사라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감사와 다를 바 없다"면서 "학종이라는 게 입학사정관들이 전문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정성평가인데, 만약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근거가 객관적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학종이 우수 대학이 학교에 맞는 인재를 뽑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중하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선점 효과도 있다"면서 "초유의 학종 감사(조사)로 올해 수시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학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입학사정관이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재를 선별해내는 직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면접은 교수들이 주도하고 사정관은 고등학교 자료 조사 및 입학서류 정리 업무를 돕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입학사정관 제도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전날 교육부가 학생부 비교과영역 일부 또는 전면 폐지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한 우려가 나왔다.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부에서 비교과가 폐지되면 학종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이 돼서 내신 위주로 볼 텐데, 그러면 아이들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만 망쳐도 상위권 대학은 포기하게 된다"면서 "무한 내신 경쟁에 내몰리고 학원 의존도가 높아져 고교 현장이 황폐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사는 "비교과를 폐지해도 교사들이 쓰는 '세부 특기사항'(세특)으로 학종이 가능하다지만, 세특은 수행평가와 토론 수업이 중요하다"면서 "수행평가는 부모나 학원에서 도와주고 토론도 어릴 때부터 사교육으로 단련된 아이들이 유리한 게 현실인 만큼 학생부에서 무엇을 고치든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책숙려제까지 해서 학종의 의미를 유지하는 선에서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안을 만든 것인데, 한 번 해보지도 않고 제도를 흔들고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뿐"이라고 비판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도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등 비교과를 모두 폐지하면 학종의 본래 도입 취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가령 봉사활동은 계층에 따른 질적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인데, 그렇다고 폐지해 버리면 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교육적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이수·미이수로 바꾸는 등 공정한 시스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교육부는 13개 대학의 학종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입 전형을 살피는 실태 조사를 10월말까지 마치겠다고 한 점을 두고도 방대한 자료량을 고려할 때 졸속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4년간의 입시 자료를 모두 제출받지만, 고교별·지역별 합격자 비율 등 2차 자료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소수 특권층이 인맥 등을 이용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국민 분노가 커지면서 시작됐지만, 실제 특권층 자녀가 부정 입학한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날 취재진이 '특권층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학종 지원자 개개인의 자료를 볼 것이냐'고 묻자 "입시 자료에는 부모 직업이 안 나온다"면서 "고위공무원 자식인지, 국회의원인지, 부자인지 알 수 없다"며 부인했다.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문제의 원인은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대기업·공기업·공무원 등 양질의 일자리가 일부 직군에 한정된 사회 구조에 있다"면서 "학생부와 수시제도를 조금 고쳐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배탈약으로 암을 고치겠다는 발상"이라고 촌평했다.
/연합뉴스
교사들 "학생부 비교과 폐지되면 학종 취지 퇴색…고교 황폐화"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와 학종 비교과 폐지 검토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대학들은 교육부가 학종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출신을 많이 뽑는 13개 대학의 학종 전형을 실태조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발하는 모습이다.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된 A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수시모집이 시작돼 10월 중순에 1차 서류전형 발표를 해야 해서 안 그래도 매일 야근 중이었는데, 이제 업무가 마비될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 대학 관계자는 "말로는 실태조사라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감사와 다를 바 없다"면서 "학종이라는 게 입학사정관들이 전문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정성평가인데, 만약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근거가 객관적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학종이 우수 대학이 학교에 맞는 인재를 뽑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중하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선점 효과도 있다"면서 "초유의 학종 감사(조사)로 올해 수시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학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입학사정관이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재를 선별해내는 직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면접은 교수들이 주도하고 사정관은 고등학교 자료 조사 및 입학서류 정리 업무를 돕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입학사정관 제도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전날 교육부가 학생부 비교과영역 일부 또는 전면 폐지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한 우려가 나왔다.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부에서 비교과가 폐지되면 학종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이 돼서 내신 위주로 볼 텐데, 그러면 아이들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만 망쳐도 상위권 대학은 포기하게 된다"면서 "무한 내신 경쟁에 내몰리고 학원 의존도가 높아져 고교 현장이 황폐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사는 "비교과를 폐지해도 교사들이 쓰는 '세부 특기사항'(세특)으로 학종이 가능하다지만, 세특은 수행평가와 토론 수업이 중요하다"면서 "수행평가는 부모나 학원에서 도와주고 토론도 어릴 때부터 사교육으로 단련된 아이들이 유리한 게 현실인 만큼 학생부에서 무엇을 고치든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책숙려제까지 해서 학종의 의미를 유지하는 선에서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안을 만든 것인데, 한 번 해보지도 않고 제도를 흔들고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뿐"이라고 비판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도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등 비교과를 모두 폐지하면 학종의 본래 도입 취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가령 봉사활동은 계층에 따른 질적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인데, 그렇다고 폐지해 버리면 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교육적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이수·미이수로 바꾸는 등 공정한 시스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교육부는 13개 대학의 학종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입 전형을 살피는 실태 조사를 10월말까지 마치겠다고 한 점을 두고도 방대한 자료량을 고려할 때 졸속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4년간의 입시 자료를 모두 제출받지만, 고교별·지역별 합격자 비율 등 2차 자료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소수 특권층이 인맥 등을 이용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국민 분노가 커지면서 시작됐지만, 실제 특권층 자녀가 부정 입학한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날 취재진이 '특권층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학종 지원자 개개인의 자료를 볼 것이냐'고 묻자 "입시 자료에는 부모 직업이 안 나온다"면서 "고위공무원 자식인지, 국회의원인지, 부자인지 알 수 없다"며 부인했다.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문제의 원인은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대기업·공기업·공무원 등 양질의 일자리가 일부 직군에 한정된 사회 구조에 있다"면서 "학생부와 수시제도를 조금 고쳐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배탈약으로 암을 고치겠다는 발상"이라고 촌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