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돼지열병 사태…확산 원인과 남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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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야생 멧돼지 등 감염 경로 추정…정밀검사 강화 지적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9건으로 늘어난 가운데 감염 경로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이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병한 돼지열병은 연천과 김포를 거쳐 인천 강화도까지 빠르게 번졌으며 강화에서만 5건이 확진됐다.
바이러스와 돼지가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열병이 내륙과 다리 하나로 연결된 강화 석모도 폐농장까지 퍼지면서 전문가들도 확산 경로와 남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추정을 내놓고 있다.
◇ 확산 경로 '깜깜'…태풍·야생 멧돼지 등 추정일반적인 돼지열병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가 든 잔반 급여, 감염된 야생 멧돼지나 진드기, 농장 관계자의 발병국 방문 등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올해 5월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대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잇따른 점을 고려해 멧돼지나 감염 돼지의 분뇨를 통한 전염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김포·연천 농가의 감염 경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전날 발병이 확진된 강화 석모도 농가 역시 돼지가 2마리밖에 없는 폐농장인 데다 축산 차량이 출입한 흔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확한 감염 경로와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전문가들은 태풍을 비롯한 자연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본격적인 발병 이전 잠복기 상황을 보면 마침 태풍 '링링'이 지나간 시점"이라며 "북한 지역의 바이러스 오염 물질이나 잔존물이 태풍에 떠올라 서해와 강화도 접경지역으로 퍼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링링이 북반구 지역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 바이러스 오염 물질을 국내 서해안 지역으로 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와 접촉한 (북한 내) 분비물이나 사체가 시간이 지나 부스러기처럼 변한 뒤 태풍을 통해 옮겨졌을 것"이라며 "기존의 감염 경로로만 따지면 돼지가 2마리뿐인 섬 내 폐농장까지 전염된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돼지열병 바이러스 자체가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물을 통해 이동할 경우 변성돼 감염 자체가 어렵다며 기존처럼 야생멧돼지로 인한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환경부 검사 결과에서는 북한과 접경 지역을 따라 흐르는 임진강 등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돼지열병에 감염된 세포 유래가 이중 지질막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장거리를 이동하면 변성돼 감염 자체가 될 수 없다"며 "이런 지질막은 피부보다 약해 물에 닿아도 똑같이 변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북한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진 야생 멧돼지가 가장 유력한 감염 경로"라며 "멧돼지를 통해 국내로 바이러스가 들어온 뒤 조류나 다른 동물 등을 거쳐 확산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고 말했다.
◇ 돼지열병 남하 가능성…정밀 검사 강화·조기 출하 지적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도 등 접경지역에서만 발병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남하를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 교수는 "경기도 김포 농가의 경우 처음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가 양성으로 번복했다"며 "이는 농가 돼지에 대한 표본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샘플링 검사를 할 때 그 개체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방역 당국이 축산 차량 이동이나 통제는 나름대로 잘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밀 검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남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기 김포 돼지농가는 이달 20일 채혈 정밀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사흘 만에 돼지열병 확진을 받았다.
우 교수는 또 "가장 중요한 건 정부보다도 농장주의 초기 대응"이라며 "보통 잠복기 때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정부에 신고해 초기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이미 돼지열병이 확산한 경기 북부와 인천지역의 사육 개체를 국가가 사들이는 등의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교수는 "경기 북부나 인천지역에서 130만∼15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가축 위생시험소가 제대로 된 진단 시스템을 갖추고 출하 가능한 돼지는 조기 출하하거나 아예 국가에서 사들이는 방안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현재 온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동물 면역력도 떨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불행히도 요즘 날씨에는 돼지열병이 주로 감염되는 통로인 분변의 바이러스도 자연 사멸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대책을 주문했다.
또 돼지열병이 올해 5월 북한에서 발병했던 만큼 당시 미리 예방책을 세웠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발병하면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며 "방역은 소독보다도 제대로 된 바이러스 검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 돼지열병 진단과 방역 시스템을 미리 갖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바이러스와 돼지가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열병이 내륙과 다리 하나로 연결된 강화 석모도 폐농장까지 퍼지면서 전문가들도 확산 경로와 남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추정을 내놓고 있다.
◇ 확산 경로 '깜깜'…태풍·야생 멧돼지 등 추정일반적인 돼지열병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가 든 잔반 급여, 감염된 야생 멧돼지나 진드기, 농장 관계자의 발병국 방문 등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올해 5월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대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잇따른 점을 고려해 멧돼지나 감염 돼지의 분뇨를 통한 전염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김포·연천 농가의 감염 경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전날 발병이 확진된 강화 석모도 농가 역시 돼지가 2마리밖에 없는 폐농장인 데다 축산 차량이 출입한 흔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확한 감염 경로와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전문가들은 태풍을 비롯한 자연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본격적인 발병 이전 잠복기 상황을 보면 마침 태풍 '링링'이 지나간 시점"이라며 "북한 지역의 바이러스 오염 물질이나 잔존물이 태풍에 떠올라 서해와 강화도 접경지역으로 퍼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링링이 북반구 지역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 바이러스 오염 물질을 국내 서해안 지역으로 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와 접촉한 (북한 내) 분비물이나 사체가 시간이 지나 부스러기처럼 변한 뒤 태풍을 통해 옮겨졌을 것"이라며 "기존의 감염 경로로만 따지면 돼지가 2마리뿐인 섬 내 폐농장까지 전염된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돼지열병 바이러스 자체가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물을 통해 이동할 경우 변성돼 감염 자체가 어렵다며 기존처럼 야생멧돼지로 인한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환경부 검사 결과에서는 북한과 접경 지역을 따라 흐르는 임진강 등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돼지열병에 감염된 세포 유래가 이중 지질막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장거리를 이동하면 변성돼 감염 자체가 될 수 없다"며 "이런 지질막은 피부보다 약해 물에 닿아도 똑같이 변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북한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진 야생 멧돼지가 가장 유력한 감염 경로"라며 "멧돼지를 통해 국내로 바이러스가 들어온 뒤 조류나 다른 동물 등을 거쳐 확산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고 말했다.
◇ 돼지열병 남하 가능성…정밀 검사 강화·조기 출하 지적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도 등 접경지역에서만 발병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남하를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 교수는 "경기도 김포 농가의 경우 처음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가 양성으로 번복했다"며 "이는 농가 돼지에 대한 표본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샘플링 검사를 할 때 그 개체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방역 당국이 축산 차량 이동이나 통제는 나름대로 잘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밀 검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남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기 김포 돼지농가는 이달 20일 채혈 정밀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사흘 만에 돼지열병 확진을 받았다.
우 교수는 또 "가장 중요한 건 정부보다도 농장주의 초기 대응"이라며 "보통 잠복기 때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정부에 신고해 초기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이미 돼지열병이 확산한 경기 북부와 인천지역의 사육 개체를 국가가 사들이는 등의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교수는 "경기 북부나 인천지역에서 130만∼15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가축 위생시험소가 제대로 된 진단 시스템을 갖추고 출하 가능한 돼지는 조기 출하하거나 아예 국가에서 사들이는 방안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현재 온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동물 면역력도 떨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불행히도 요즘 날씨에는 돼지열병이 주로 감염되는 통로인 분변의 바이러스도 자연 사멸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대책을 주문했다.
또 돼지열병이 올해 5월 북한에서 발병했던 만큼 당시 미리 예방책을 세웠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발병하면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며 "방역은 소독보다도 제대로 된 바이러스 검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 돼지열병 진단과 방역 시스템을 미리 갖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