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커피트렌드]② 카페인 대신 건강…커피 말고 차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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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뎅·이디야·투썸 등 앞다퉈 차(茶) 시장 진출# 52세 A씨는 하루에 세 잔씩 마시던 커피를 끊고 최근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만성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완화하려면 커피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A씨는 차 종류가 이렇게 다양했는지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 "건강 원하는 소비자"…티 시장 성장 지속 전망
스페셜티 도입으로 변화를 꾀했던 커피 업계가 이번에는 차(茶)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커피 시장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건강 트렌드로 불황을 이겨내겠다는 의도다.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2012년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약 14만3000t으로 2017년 약 14만6000t보다 2600t 가량 감소했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 시장에서 수입량 감소는 국내 커피시장이 정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8 가공식품 세분시장 보고서-다류 시장'에 따르면 다류 소매 시장 규모는 2014년 3452억원에서 지난해 416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 중 차는 수입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차는 2017년 1187t에서 지난해 1514t으로 327t 증가했다.
국내 다류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건강과 다이어트, 힐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나 탄산음료를 섭취하던 한국인들의 음용 습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다류의 주요 연관어로는 '면역력', '미세먼지' 등의 건강 관련 키워드나 '힐링' 등 밀레니얼 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단어들이 검색됐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커피 업계는 앞다퉈 차(茶)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과일 등 다양한 향과 맛을 추가한 블렌딩티가 강세다.1984년부터 정통 원두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쟈뎅은 회사의 매출 전략을 차 시장으로 확대 변경하고 지난 해 11월 '아워티(our tea)' 티백 라인을 출시했다.
쟈뎅 아워티에는 티백 외에도 페트병에 든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차 음료도 포함됐다. 현재 '레몬 얼그레이'와 '오렌지 자몽 블랙티' 2종이 티백과 RTD로 출시됐다. 스리랑카 우바산 홍차잎과 생과즙, 건조 과일이 들어있는 아워티 티백 제품은 시중 홍차 제품보다 카페인 함유량을 낮췄다. 무카페인 히비스커스 티백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쟈뎅 관계자는 "포화된 커피 시장에 대한 돌파구 마련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아워티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쟈뎅은 제1공장 인근에 약 1만1628㎡부지로 차 전문생산공장인 제2공장을 신설했다. 제2공장은 티 제품 활성화를 위한 거점으로 운영될 계획이며 현재 차 관련 설비를 보강 중이다.
2016년 티 전문 브랜드 '티바나'를 선보인 스타벅스 역시 티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티바나 음료를 전용으로 판매하는 티바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 시장 뿐만 아니라 음료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양한 티 제품 출시를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이디야 커피는 자체 차 음료 브랜드인 '이디야 블렌딩 티' 판매량이 올해 1000만 잔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디야 블렌딩 티는 티백에 과일청을 혼합한 제품으로 최근 이디야커피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325억원의 차 음료 매출을 올리며 2016년 111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6월 25일 녹차와 홍차, 민트를 블렌딩한 '그니와 민트티'를 출시했다. 한 투썸플레이스 아르바이트생은 "여전히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차 음료를 찾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카페인이 없는 카모마일 같은 차가 인기 품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의 스무디킹 역시 독일 프리미엄 차 브랜드 로네펠트(Ronnefeldt)와 공급계약을 맺고 신메뉴 4종을 선보였다. 스무디킹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가치소비 문화가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차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로네펠트와 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F&B(food&beverage) 시장 자체가 커졌지만 차 부문은 이제 커지기 시작한 블루오션"이라며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에 따라 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김민지 한경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