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중국인 유학생, 스파이 혐의로 체포·구금 1년째

미국 시카고에 유학 중이던 중국인 학생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1년째 구금 상태에 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27일 보도했다.

중국 국적의 지 차오쿤(28)은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기술대학(IIT)에 재학 중이던 작년 9월 미국 방위산업체 직원 8명의 신상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 중국 정보당국에 제공한 혐의로 작년 9월 체포됐고 사전 심리에서 보석 불허 판정을 받은 후 시카고 도심 교도소에 구금됐다. 트리뷴은 법원 기록을 인용, 미국 주요 항공우주 기업들의 기밀을 빼내려는 중국 첩보 당국자들이 시카고 지역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차오쿤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미 연방 검찰은 차오쿤이 중국에서 중국 정보 당국자들을 비밀리에 만나 미국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8명의 중국 국적자에 대한 신상 정보 수집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 8명 대부분이 미국의 항공우주 기업에서 과학자 또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들을 스파이로 고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트리뷴은 "현재 미국 사법당국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차오쿤을 관리한 중국 주요 첩보기관의 수석 정보 책임자가 지난해 중국에서 체포돼 미국에 인도됐다"며 "중국 스파이가 범죄 혐의로 기소돼 미국으로 보내진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미국의 과학기술을 겨냥한 중국의 첩보·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미국 보안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작년 가을 차오쿤 사건이 수면에 드러난 후 미국 정부는 중국의 '경제 절도' 행위를 막기 위한 '중국 이니셔티브'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의 영업 기밀 유출 사례를 파악·추적하고, 불법적으로 중국에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 실험실·방위산업체·대학의 연구원 관리 전략을 개발하며,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중국 이니셔티브'의 총책을 맡은 존 데머스 미국 법무부 차관보는 지난 23일 시카고 방문 당시 "중국의 경제적 절도 행위는 미국 투자자들이 돈을 잃게 했고, 미국인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중국은 현재 미국의 지능정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오쿤은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차오쿤 기소의 여파로 미국 사법당국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대학 졸업 후 최소 1년간 미국에 더 머물며 전공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허용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를 벌여 대규모 이민 사기를 적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차오쿤을 비롯한 2천600여 명의 중국계 유학생들이 OPT를 하겠다고 보고한 미국 내 2개의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리뷴은 "미국 이민법의 허점이 노정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인기있는 유학생 취업 프로그램과 대상자들을 얼마나 잘 모니터하고 규제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정보기술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너무 민감한 사안이어서 누구나 쉽게 말하려 들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고, 형사 재판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 기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기업 측 우려, 또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과 각 기업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리뷴은 "차오쿤 사례는 미국 주요 기업들이 외부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며 미국 최대 규모 선물거래소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부터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자회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이 지난 10년간 중국 스파이의 타깃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관심은 미국의 지하철과 화물 운송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면서 미국 의회는 경제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와 관련, 미국 대중교통 당국이 세계 최대 고속철 제조업체인 중국 국영 중국중차(CRRC Corp)와 새로운 계약 맺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중차는 시카고 대중교통국(CTA)과 전철 전동차 공급을 위한 1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최근 시카고 남동부에 공장을 신설했으며, 이 사업은 발의된 법안의 영향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