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靑 경고'에 원론적 입장만…"본질은 수사압력 사건"

대검 "인권존중 바탕에서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
'조국-검사 통화' 논란은 적극대응…"윤석열-주광덕 친분 없어", "문제될 일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성찰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한 데 대해 검찰은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검찰은 그러나 이날 대통령 메시지를 촉발한 배경에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 검사의 통화 논란에 대해서는 "본질은 수사압력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3시께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이달 5일 청와대와 여권이 피의사실 유출 의혹과 압수수색 사후보고 등을 두고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서자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며 반발한 데 비하면 차분하다 못해 냉담하게까지 느껴지는 반응이다.대검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절차를 잘 지켜가면서 수사하고 인권이나 검찰개혁에도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비판에는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난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이례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수사관들이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점 등을 들어 검찰을 공격해왔다.이날 대통령 메시지 가운데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여권은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이 현장을 지휘하는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두고는 통화의 적절성을 따지는 대신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이 문제를 질의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과 검찰이 '내통'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단순히 피의사실 유출이 아니고 (검찰과 주 의원이) 내통한 것"이라며 "검찰에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수사과정을 알려준 장본인을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대검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에 대해 이날 오전 간부회의 등 자리를 통해 "본질은 수사기밀 또는 피의사실 유출이 아닌 '수사압력' 사건"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또 별도 공지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광덕 의원과 연수원 수료 이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

연수원 재직 시절 연수생 전원이 참석하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주광덕 의원과 신림동에서 고시공부를 함께 했다거나 모임을 만들어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의 의혹을 차단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주광덕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과의 '내통'이라는 비판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검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 장관과 검사의) 전화통화 사실이 일각에서 유출이라며 문제 삼는 피의사실이나 수사기밀, 공무상 비밀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 사실을 전날 대정부질문과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주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질의내용에 항의가 잇따르자 "(조 장관이) 유도신문에 답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