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갈등에도…LS·후루카와, 권선시장 '동맹'

합작회사 설립 합의

커지는 전기차시장 공략 강화
구자열 회장 "민간차원 협력
한·일 관계회복 마중물 되길"
LS그룹과 일본 후루카와전기가 한·일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합작사를 설립해 글로벌 권선 시장을 공략한다. 권선은 변압기나 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이다.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구동모터용 권선 분야는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사업’으로 꼽힌다.

LS그룹은 미국 계열사 슈피리어에식스(SPSX)와 후루카와전기가 제조합작사 ‘에식스 후루카와 마그넷 와이어’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SPSX는 글로벌 최대 권선 제조사로, LS가 2008년 인수했다. 후루카와전기는 1884년 설립된 업체로, 전력선과 권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 지분율은 SPSX 61%, 후루카와 39%다.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두 회사의 인연은 2017년 독일에서 권선 사업 관련 협업을 시작하며 맺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합작사 설립이 본격 논의됐고 최근 결실을 보게 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사진)은 매년 5월 떠나는 일본 출장에서 후루카와전기 관계자들을 챙기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구 회장은 합작사 설립 진행 경과를 수시로 보고받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사 설립으로 SPSX는 후루카와가 보유한 전기차용 권선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후루카와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생산 거점과 영업 네트워크를 갖게 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합작사는 공동 연구개발(R&D)과 전략적 고객 제휴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분야 권선 시장 기술의 진보를 선도할 계획이다. LS와 후루카와전기는 향후 몇 개월간 구체적인 설립 조건 및 운영 방식을 합의하고 관련 기관 승인 등을 거쳐 내년에 정식으로 합작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구 회장은 “합작사는 전력, 전자, 자동차 등 각 사업 분야에 우수한 기술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권선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며 “민간 차원의 사업 협력 사례가 최근 한·일 간 무역전쟁 등으로 경색 국면에 놓인 양국 관계 증진에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