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옥희 씨가 본 남편 황각규 "집중력·성실함 탁월한 사람…여행가도 롯데 시설 둘러봐요"

다산경영상
“남편이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 건 아마도 본인이 아이들 클 때 거의 못 봐서 그랬을 거예요. 후배들은 그렇게 살지 않게 해주려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부인 이옥희 씨(사진)는 27일 시상식 직후 이같이 말했다. 출산 가정의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육아휴직 1개월 의무사용’은 황 부회장이 사내 기업문화위원장을 맡아 신설한 대표적 제도다.황 부회장과 이씨는 중매로 만나 1980년 결혼했다. 이씨는 “딱 세 번 만나고 결혼하자고 하데요. 처음 만났을 때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었지만 만나면서 성실한 사람 같아 결혼했죠”라고 했다. 가정보다는 일과 롯데에 대한 성실함이었지만.

황 부회장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이씨는 주저하지 않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답했다. “오랜만에 집에 있을 때면 대부분 책을 읽거나 업무와 관련된 것을 컴퓨터로 보는데, 어쩌다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말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어느 상황에서도 일이 1순위라는 면에서 이기적이라는 얘기였다. 이씨는 “가족과 함께 여행이나 나들이를 갈 때 롯데와 관련된 시설이 보이면 아무리 지쳐 있어도 ‘한번 둘러보고 가자’고 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힘들어 죽을 뻔했다”며 웃었다. 황 부회장에게 집안일도 시켜봤다고 했다. “한번은 무를 썰어달라고 했더니 무가 아니라 본인 손가락부터 칼질을 해 곧장 응급실을 간 일이 있었어요. 그 뒤엔 집안일은 부탁 안 해요.”

신혼 초 이씨는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고 남편의 퇴근을 기다렸다. 하지만 곧 포기했다. “기다려야 오지도 않고, 일하는 것 뻔히 아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전화도 안 한다. 전화한다고 빨리 오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이씨는 “일에 빠져 있어도 남편은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는 사람”이라며 “집중력과 헌신성으로 여기까지 온 남편을 존경한다”고 말을 맺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