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국군의 날과 '중공' 건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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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38선을 넘으니까 오두막 가옥이 하나 있었다. 백발 노파가 구겨진 태극기를 펴들고 나와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감격스러워서 나도 울었다. 그때는 이 저주스러운 민족 분단선이 무너지고 꼭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 모두가 발걸음이 가벼워 뛰다시피 38선을 넘었다.”
6·25전쟁 때 국군 3사단 23연대장이었던 고(故) 김종순 대령의 증언이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낙동강까지 밀렸던 국군이 반격에 나서 38선을 뚫은 것은 1950년 10월 1일이었다. 이때 장병들이 강원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리 일대를 넘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정부는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당시 북진을 계속한 국군은 파죽지세로 원산을 점령하고 유엔군과 함께 10월 19일 평양에 입성했다. 통일이 눈앞에 온 듯했다. 그날 중공군 30만 명이 압록강을 건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국군은 중공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평양을 내주고 후퇴해야 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도 이때 일어났다.
중공군 병사들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다. 이들의 게릴라전투와 인해전술에 아군 피해는 갈수록 커졌다. 그해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파병 요청 편지가 엊그제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 행사에 등장했다. 마오가 김일성에게 파병 결정을 통보한 전보 사본도 함께 전시됐다.
이들 자료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창건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중공 창건일’은 1949년 10월 1일이다. 공산당에 의한 ‘신(新)중국 건국절’이자 최대 국경절이기도 하다. 올해는 70주년을 맞아 10만 군중과 1만5000여 병력이 모여 베이징에서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펼칠 예정이다.이날은 우리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리는 국군의 날이다. 그런데 국군의 날을 앞두고 부산 시내 곳곳에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축하’ 현수막이 나붙었다. 부산에는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다. 이곳에 유엔군 전사자 2300여 명이 잠들어 있다. 낙동강 전투에서 피 흘리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이들의 넋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3·1절을 앞두고 일본 건국 축하 현수막을 거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노병들의 외침이 귀를 울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6·25전쟁 때 국군 3사단 23연대장이었던 고(故) 김종순 대령의 증언이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낙동강까지 밀렸던 국군이 반격에 나서 38선을 뚫은 것은 1950년 10월 1일이었다. 이때 장병들이 강원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리 일대를 넘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정부는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당시 북진을 계속한 국군은 파죽지세로 원산을 점령하고 유엔군과 함께 10월 19일 평양에 입성했다. 통일이 눈앞에 온 듯했다. 그날 중공군 30만 명이 압록강을 건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국군은 중공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평양을 내주고 후퇴해야 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도 이때 일어났다.
중공군 병사들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다. 이들의 게릴라전투와 인해전술에 아군 피해는 갈수록 커졌다. 그해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파병 요청 편지가 엊그제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 행사에 등장했다. 마오가 김일성에게 파병 결정을 통보한 전보 사본도 함께 전시됐다.
이들 자료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창건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중공 창건일’은 1949년 10월 1일이다. 공산당에 의한 ‘신(新)중국 건국절’이자 최대 국경절이기도 하다. 올해는 70주년을 맞아 10만 군중과 1만5000여 병력이 모여 베이징에서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펼칠 예정이다.이날은 우리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리는 국군의 날이다. 그런데 국군의 날을 앞두고 부산 시내 곳곳에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축하’ 현수막이 나붙었다. 부산에는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다. 이곳에 유엔군 전사자 2300여 명이 잠들어 있다. 낙동강 전투에서 피 흘리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이들의 넋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3·1절을 앞두고 일본 건국 축하 현수막을 거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노병들의 외침이 귀를 울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