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스프링 위에 고속철도선 세웠다" 장성 싱크홀 조사 결과

전남대 해외자원개발연구소 "안전성 드릴 말 없으나 재발 가능성"
땅 꺼짐 원인은 석회석 채굴 광산 개발과 무관한 '자연현상' 결론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수년간 잇따른 전남 장성군 황룡면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KTX 철로가 불안정한 땅 위에 건설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장성군 황룡면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황룡와룡 농경지 지질조사 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수행기관인 전남대학교 해외자원개발연구소는 "강력한 스프링 위에 고속철도 선을 세우고 주민이 농사짓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자로 나선 양형식 책임연구원은 "조사 지역에서 유사한 땅 꺼짐 현상이 재발할 우려가 크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돌아가면 보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양 책임연구원은 철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연구소는 호남고속철도 주변을 포함해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일곱 차례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 농경지에서 10곳을 표본으로 정해 50m 깊이의 시추 조사를 했다.

시추조사 지점 10곳에서는 모두 지하 공간인 공동(空洞)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3곳은 KTX 철로 양쪽에 분포해 있다
전남대 연구소는 땅 꺼짐 원인으로 주민들이 지목한 석회석 채굴 광산 대신 자연현상에 주목했다. 진흙이나 물로 차 있던 석회암층 땅속 공간이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결론 내렸다.

연구소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 광산 개발 때문에 지하수위가 낮아졌을 개연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과거 공동을 메웠던 콘크리트가 지하수에 쓸려간 흔적이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만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산을 운영하는 고려시멘트가 농지를 사들이거나 일정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복구 또는 보상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연구소는 광산의 전체적인 골격이 안전하게 유지돼 주민들이 우려하는 대규모 함몰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용역은 땅 꺼짐 원인과 안전성을 규명하고자 주민·전남도·장성군·고려시멘트가 꾸린 민관사협의회가 의뢰했다.

민관사협의회는 용역 결과 수용 여부와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남대 연구소 조사와 별개로 철도시설공단은 2017년 12월 암반공학회에 땅 꺼짐 현상과 관련한 안전성 검토 용역을 의뢰했는데 열차운행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당시 안전성 검토에서도 공동 1곳이 발견됐는데 수백 년간 진행된 자연적인 침식 현상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