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 분쟁지역화 노림수?…'군사행동과 외교항의' 병렬 기술

中·러에 맞선 전투기 긴급발진 999회 기술하며 '독도 항의' 끼워 넣어
일본 정부가 27일 공개한 2019년판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겨냥해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출격시킬 가능성을 거론해 파문을 부른 가운데, 일본 방위백서의 기술 방식에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위한 치밀한 노림수가 숨겨져 있어 주목된다.방위백서의 내용을 언뜻 보면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해온 일본이 그들의 시각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한국 공군 전투기의 경고사격이라는 '사건'을 단순히 기록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일본은 올해 7월 독도 영공에 러시아 군용기가 침입했을 때 한국 공군이 경고 사격으로 대응한 사건을 소개하고서 이를 자국 영공에 대한 침입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한국 양쪽 모두에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고 방위백서에 기술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외교적 항의' 이상의 대응은 할 수 없었던 이 사건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 영토분쟁 지역에서 중국 등에 맞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발진 시킨 '군사적 행동'과 동급으로 나란히 취급했다는 점에 있다.
방위백서는 영공 침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항공자위대가 전투기 등을 999차례 긴급 발진했고, 이 가운데 중국 항공기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638차례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 등을 둘러싼 무력 대립의 기록인 셈이다.

방위백서는 또한 러시아 항공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발진이 343차례라며 항공자위대가 러시아 측에 군사적 행동에 나선 사건을 소개했다.이러한 설명 뒤에 곧바로 등장하는 것이 지난 7월 러시아 항공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이에 대한 한국 공군의 경고 사격 사건이다.

한국이 명실상부하게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당시 항공자위대는 전투기를 긴급발진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일본은 뒤늦게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고 밝혔을 뿐이다.전투기 긴급발진과 외교경로 항의라는 명백하게 대응 수위와 성격이 다른 사건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병렬로 취급한 것이다.

이를 놓고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토대로 대응 수위를 점차 높이면 이 지역이 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방위백서 작성에 관여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사건 당시 외무상이었는데 당시 그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노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이므로 영공침범을 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대응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방위백서에서 시사한 대로 항공자위대가 어느 날 갑자기 독도를 향해 긴급발진을 하면 제3국이 보기에 명백하게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시도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미리 명분을 쌓아나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이에 대한 한국전투기의 경고사격 사건을 방위백서에 중국·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긴급 발진과 엮어 기록한 것은 명분 축적 작업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