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1m 목줄 밖 세상 보여주기"…시골 개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

평생 1∼2m 길이 남짓한 목줄에 매여 산책 한번 가보지 못한다.

먹이라곤 쉬어가는 잔반과 이끼 낀 물뿐이고 추우나 더우나 마당 한쪽에서 웅크리고 자야 한다. 반려견 천만 시대 도시에선 '유치원'에 애견용 스파를 다니는 개들도 있다지만 여전히 가축의 삶에 머물러있는 시골 개의 모습은 애견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 추석 고향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개에게 잠깐이나마 산책의 기쁨을 선사해주자는 캠페인을 벌인 이들이 있다.

이들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100명 가까이가 시골 개 산책 시키기에 동참했다.
유튜브 채널 '진돌이TV'과 '쪼내의 동물 친구들' 운영진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추석을 뿌듯하게 보내는 꿀팁, 1m 시골 개 (1m 길이 목줄에 매여있다는 뜻)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선 명절에 시골에 가서 만나게 되는 묶여 사는 개들을 산책 시켜 주는 방법을 설명했다.

또 비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집과 전용 사료, 깨끗한 물을 주고 목줄을 길게 해주거나 정기적인 산책·운동을 시켜주라는 등 야외에서 개를 키울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알려주면서 캠페인에 동참하는 이들이 시골 개 주인에게 좀 더 나은 사육 환경을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단순히 영상으로만 산책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 아니고 추석에 시골 개 산책에 동참할 이들을 이메일 등을 통해 모집했다.

참여 인원을 많아야 30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93명이 지원했다.

이들 모두에게 산책에 사용할 목줄과 견주에게 나눠줄 사육 환경 개선에 관한 유인물을 발송했다.
1년간 시골 개 돌보기를 했다는 '쪼내의 동물친구들' 운영자는 "'시골 개가 눈에 띄었지만 주인도 아닌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며 "이 영상을 통해 한 마리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돌이TV' 채널을 운영하는 신모(31·회사원)씨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먼 시골이 아니라 서울 근교만 해도 짧은 목줄에 매여 더러운 물과 음식 쓰레기를 먹고 사는 개들이 많다"며 "개를 방치해 키우던 분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길렀을 때 얻는 기쁨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쌍한 개 한 마리를 돌봐준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만 그 개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거래처 공장에 묶여 사는 백구 진돌이를 돌봐주는 모습을 '진돌이TV'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평생 묶여있던 개가 처음으로 산책할 때의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올린 진돌이와 첫 산책 영상은 조회 수 295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추석 시골 개 산책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로부터 산책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받아 체험담 영상으로 제작해 게시할 예정이다. [진돌이TV 유튜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