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러시아 후원행사에 돈받고 참가…美 제재대상도 배석

WP 보도…줄리아니, 참가 인정하면서도 비용 출처나 액수는 공개 안해
안보 전문가들 "그가 가기에 매우 이상한 장소"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내달 1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에서 열리는 러시아 후원 행사에 돈을 받고 연사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4년 유럽연합(EU)에 대한 맞대응으로 세운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후원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 줄리아니가 참여한다고 27일 보도했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등 EEU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정기 회의로, 올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등의 참석도 예정돼 있다고 이 회의 대변인은 밝혔다.

작년에도 이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는 줄리아니는 올해 회의에서 최근까지 푸틴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았고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세르게이 글라제프가 이끄는 패널에 합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글라제프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 행사에서 발언하는 미국인은 줄리아니가 유일하다고 WP는 부연했다.
더군다나 이번 회의 참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가 민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주장이 공개된 직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행사 참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줄리아니도 회의 참석 계획이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행사 참여가 적절한지 묻자 "이번 일이 모두 끝날 때까지 러시아인들과는 일부러 대화하지 않겠다"고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또 참가비를 받지만, 어느 단체나 개인이 이 비용을 부담하는지, 그 액수가 얼마인지에 대해선 답은 거부한 채 "(돈이) 내 회사로 들어간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줄리아니의 회의 참석 소식에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경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크레이머는 "대통령의 변호인이 이런 모임에 나간다는 것은 끔찍한 판단"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EU의 대안이라며 세운 조직에 신뢰성을 부여해주는 것으로, 이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준 혼란에 더해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도 줄리아니가 아닌 그 어느 미국인이라고 해도 이런 회의에 참여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고려하던 시기에 푸틴이 EEU를 세웠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조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의 '인화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줄리아니가 민간인 자격으로 어느 단체든 가서 말할 권리가 있지만 "여기는 그가 가기에 매우 이상한 장소"라고 평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올해 회의는 영내 수송을 주제로 한다.

줄리아니는 '디지털 금융 기술-유라시아 대륙의 교통물류 결제 시스템 통합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는 제목의 패널에 참여한다. 푸틴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2일 저녁 폐막 행사에 참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