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브리스트처럼' 롯데의 고승민, 2루수→외야수 테스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성민규(37) 단장이 새롭게 취임한 이후 곳곳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 차기 주전 2루수감으로 꼽히던 고승민(19)의 외야수 전향도 변화 중 하나다. 2루수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고승민은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24일에야 1군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그의 포지션은 2루수가 아닌 중견수였다.

일시적인 기용이 아니었다. 고승민은 25일에 이어 26일 경기까지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롯데는 손아섭-민병헌-전준우로 구성된 외야진은 국가대표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내야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2루수에는 2017-2018시즌 앤디 번즈, 올해에는 카를로스 아수아헤까지 3시즌 연속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택할 정도로 마땅한 내야 주전감이 없었다. 롯데가 201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내야수 고승민을 선택한 것도 내야 센터라인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고승민은 올해 1군 경기에서 남다른 타격 자질과 안정적인 수비로 팬들에게 빠르게 눈도장을 찍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고승민을 주시한 양상문 전 감독은 "수비만 봤을 땐 '역대급' 2루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롯데의 차기 주전 2루수감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고승민이었기에 외야수 전향에 대해 의문을 품는 팬들이 많았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성 단장은 "포지션별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성 단장은 컵스의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벤 조브리스트를 예로 꼽았다.

조브리스트는 2루수와 동등한 외야수 수비 능력으로 2인분의 활약을 펼치며 컵스의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 된 선수다.

성 단장은 "고승민이 조브리스트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고승민이 2루수와 외야수를 둘 다 해낼 수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게 가능한지 일단 시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턱대고 외야수 테스트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승민을 뽑은 스카우트로부터 운동신경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2군에서 나름대로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혹시라도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전준우에 대한 보험용이냐는 질문에 성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되려 "롯데의 외야 수비가 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외야 수비가 대단히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는 "고승민은 빠른 발을 지녔기에 외야수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또 기존의 주전 외야수들에게도 강한 자극이 되고, 선의의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