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역설'…강남 아파트 3.3㎡당 '1억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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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실거래서울 강남권에서 3.3㎡당 1억원 아파트가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공급면적 80㎡)가 24억원가량에 거래됐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계획 발표 이후 강남권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이 뚜렷해진 영향이다.아크로리버파크 3.3㎡당 1억원 거래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가 지난달 14일 23억98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7월 2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원 시대를 예고했던 주택형이다. 반포동 개포동 등의 저층 재건축 대상 아파트나 초고가 펜트하우스(삼성동 아이파크)를 제외하고 3.3㎡당 1억원에 거래된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신축 쏠림'
김현미 "시세 1억 막겠다" 다음날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59㎡C 타입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희소성 높은 아파트다. 이 단지 전용 59㎡는 238가구로 59㎡C 타입은 28가구뿐이다. 59㎡C 타입 중 한강 조망이 가능한 주택은 15가구 안팎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저층부에선 한강이 보이지 않는다.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7월 22억1000만원에 거래된 가구는 한강 조망권이 없다”며 “한강 조망권을 가진 아파트와 아닌 아파트의 시세가 2억~3억원은 나는 걸 고려하면 24억원 거래가 비상식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호가는 더 올라가는 분위기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 59㎡는 현재 단 한 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고 호가는 26억4000만원에 달한다. 다른 전용 59㎡ 호가는 22억5000만~23억5000만원이다.단지 내 다른 주택형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용 84㎡가 7월 역대 최고가인 32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주택형은 6월 2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2억원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현재 호가는 29억~33억원 수준이다. 전용 129㎡도 7월 역대 최고가인 4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김현미 3.3㎡당 1억원 막는다더니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배경에 대해 “시세가 1억원까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을 한 바로 다음날 3.3㎡당 1억원 거래가 성사됐다. 상한제가 거꾸로 집값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재개발이 대거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신규 공급이 중단된다는 신호가 나오자 강남권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 도쿄, 미국 뉴욕 등 세계적인 대도시에선 이미 3.3㎡당 2억원, 3억원을 넘는 주택이 많다”며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초고가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1억원 시대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값 초강세 분위기를 감안할 때 3.3㎡당 1억원을 넘어서는 단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원베일리, 청담삼익, 압구정현대 등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다.
한강 조망이 안 되는 곳에서도 3.3㎡당 1억원을 향해 달리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7월 26일 신고가인 21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2억3000만원만 더 오르면 3.3㎡당 1억원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59㎡는 7월 19억9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23억원에 달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3.3㎡당 8846만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에는 재건축아파트도 덩달아 뛰는 분위기지만 새 아파트 강세가 더 매섭다”며 “아크로리버파크뿐만 아니라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뷰 등 강남권 새 아파트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