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가구와 현대미술의 멋진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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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성, 내달 7일까지 '어울림'展조선시대 강화반닫이가 중앙 벽면에 떡하니 자리잡고 그 위에 비단에 수묵으로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그린 30대 화가 김종규 씨의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반닫이 옆으로는 관복장과 소반, 빗접, 경대, 주판, 도자기 등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는 소품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다음달 7일까지 서울 경운동 고미술 전문화랑 다보성갤러리에서 열리는 ‘어울림’전이 연출한 풍경이다. 언뜻 생각하면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적 감수성의 작품과 담백한 느낌의 옛 가구가 한자리에 놓이자 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던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고미술품을 접할 수 있게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소반, 오동책장, 혼례상과 수납용으로 쓰이는 애기농, 문갑 등 옛 가구 300여 점과 젊은 화가 최유경, 김종규, 정재원, 조상근 씨의 근작 20여 점이 동시에 내걸려 눈을 즐겁게 한다. 전시장을 찾아 유망한 젊은 작가의 경쾌한 그림과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고미술의 조화를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조선시대 밥상의 다리 끝이 호랑이발 끝처럼 생겨 붙여진 호족반은 꽃과 잎새의 강렬함을 통해 자연의 따뜻함과 강인함을 표현하는 조상근 씨의 그림 ‘흔적’과 함께 배치했다. 활짝 입을 벌리고 꿈틀거리는 듯한 꽃의 향기가 단아한 모형의 호족반을 넘나들며 솔솔 새어나온다. 18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중창살문책장은 수많은 점을 찍어 식물 잎사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최유경 씨의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조형미와 균형미가 돋보인 남한산성반닫이는 대나무 잎사귀를 차지게 되살린 정재원 씨의 그림과 어우러져 기품과 맵시를 뽐낸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현대미술이 동시대의 철학과 문화를 녹여냈다면 옛 가구는 오랜 세월 자연과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많은 사람이 현대작품과도 조화를 이루는 고미술의 실용적인 면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