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AI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거버넌스

AI는 사람 닮은 '아바타' 제조가 목적 아냐
개체와 환경을 지능화하는 방법론일 뿐
인류 생존·번영 기여케 하는 원리 찾아야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인공지능(AI)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인공지능 학자들 중에도 인공지능의 정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최근 인공지능의 정의 등에 연구를 집중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인공지능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들여다봤다.

먼저 인공지능은 학문의 이름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세계를 지배하고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식의 표현은 잘못됐다. 핵무기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물리학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둘째, 인공지능은 사람을 닮고 사람을 흉내내는 것을 만드는 학문이 아니라 적절히 행동·기능하는 개체를 개발하는 학문이다.셋째, 인공지능은 생각하는 개체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지능적인 행동은 생각 또는 인지 과정을 독립적으로 거치지 않고도 나올 수 있고, 감지와 행동이 결합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현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다. 넷째, 기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 기계, 조직, 회사, 국가 등 자연적·인공적 개체와 하천, 숲, 도로, 건물 등 자연적·인공적 환경이 적절히 행동하고 기능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개체와 환경을 지능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지능이란 그 개체와 환경이 적절히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엔 그동안 지능증강(intelligence augmentation) 또는 지능강화라 불렸던 분야도 포함된다. 그동안의 인공지능은 주어진 환경에서 활동하는 개체를 지능화하는 것에 한정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IoT) 기술, 영상인식 등 각종 감지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은 대기, 하천, 바다 등 자연환경과 빌딩, 도로, 도시 등 인공환경의 지능화도 가능하게 한다.

인공지능의 정의에서 개체와 환경을 적절히 행동하게 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해당 개체의 주인이 대리인인 개체에 부여한 목표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체와 환경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그 세계 또는 사회의 제도를 학습하고 제도에 적응하며 때로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최적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공지능은 ‘최적화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한 개체의 행동을 최적화하는 것은 최적화 시스템 연구에서 많이 다룬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컴퓨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최적해를 구할 수 없는, 즉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방법론이 나온다 해도 그 인공지능 시스템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의 제약 속에선 최적해를 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 20일 파이낸셜타임스 온라인판에 따르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인 IBM의 서미트가 1만 년 걸릴 계산을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3분 만에 해냈다고 한다. 이렇게 양자컴퓨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면 인류가 그동안 다루기 어려운 것으로 분류했던 문제들을 매우 짧은 시간에 해결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류가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 역시 비약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반대로 그런 발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불완전하게 풀게 된다. 그런 불완전한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를 받아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한 개체의 행동을 최적화하는 것도 어려운데, 여러 주체와 환경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해당 개체와 환경이 같이 생존하고 번영하는 최적의 운용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상의 많은 개체와 환경이 지능화될 때 이들을 어떻게 인간의 생존과 번영, 즉 복지를 위해 봉사하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게 바로 ‘인공지능 거버넌스’ 문제다. 이는 최적화 기법이라는 관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좋은 원리가 무엇인지, 좋은 결과를 도출하게 할 원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 원리는 어떻게 학습되고 진화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인공지능 연구자는 물론 관심있는 일반인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