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 2.2% 성장 녹록지 않아"…내달 금리인하 시그널 강해졌다

국내외 지표 일제히 나빠져
올해 성장 전망 또 낮출 듯
반도체 회복엔 "시간 걸릴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2%)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실물경제의 둔화세가 이어지는 데다 반도체 경기도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전년 동월 대비 -0.04%)에 이어 이달에도 마이너스로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의 발언을 놓고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 간담회에서 “최근 두 달 동안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오는 11월 발표할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2.2%보다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재는 수정 전망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지는 짚어볼 게 많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기 흐름이 모멘텀(반등 계기)을 찾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제의 (둔화) 영향을 받아 국내 실물경제도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출·투자 부진을 불러온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을 묻는 말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내년 전망은 조금 더 판단해봐야 한다”며 “향후 경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인데 어떻게 나올지 자신있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경기 진단이 이처럼 어두워진 것은 국내외 경기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통계청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7월 기준으로 10대 주요 경기지표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취업자 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6개가 극심한 둔화를 나타내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더 어둡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42개 투자은행(IB) 등이 추정한 내년 한국 성장률 평균은 2.2%로 집계됐다. 지난달(2.3%)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세계 경기의 둔화 징후도 뚜렷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펴낸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7%) 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 총재는 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급등한 농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영향으로 9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이라며 “수요 압력의 약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여러 각도로 확인했지만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조짐은 없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연말이나 내년에는 물가가 1% 안팎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묻자 “향후 입수되는 모든 지표를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