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재발 막는다"…은행, 직원 평가지표 대수술

KEB하나銀, KPI 내년 초 개편
고객 수익률 반영 비율 두배 확대
판매실적 등 영업 비중은 축소

우리銀도 성과지표 뜯어고치기로
KEB하나은행이 직원 평가지표(KPI)에서 차지하는 고객 수익률 비중을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전국 모든 영업점에 획일적으로 규정한 KPI 자체를 각 영업점 업무 환경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존 성과지표 체계를 대폭 뜯어고치겠다는 방침이다.
고객 수익률 낮으면 ‘평가 불이익’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내년 초 고객 수익률과 만족도를 중심으로 KPI를 대폭 개편한다. KPI에서 고객 수익률 비중을 최소 두 배 이상 늘리는 방안이 핵심이다. 종전 고객 수익률의 비중은 5%였다. 내년부터는 최소 10% 이상으로 비중을 늘려 고객 수익률을 더 많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상품 판매실적 등 영업실적 비중은 축소할 계획이다.

KPI는 영업점과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수익, 매출 및 고객 유치, 건전성, 고객 수익률 등을 점수화한다. 매년 인사평가와 성과급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KPI가 은행 직원의 근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기존 은행권의 KPI에선 영업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의 KPI에서 평균 배점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은 수익(42%)이었다. 매출 및 고객 유치도(38.4%)를 합치면 영업분야에 쏠린 비중은 80.4%에 달했다. 고객 수익률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2%에 그쳤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새로운 KPI를 일부 PB(프라이빗뱅커) 영업점에 시범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영업점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때 영업점마다 KPI를 차등 적용하는 변화도 주기로 했다. 영업점 환경이 제각기 다른 만큼 KPI도 달라야 한다는 게 지성규 행장(사진)등 경영진의 생각이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영업 실적이 좋아도 고객 수익률이나 만족도가 낮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지표 다시 짜는 은행권이 같은 변화는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따른 조치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DLS 상품은 대규모 손실로 논란에 휩싸였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 DLS 상품(지난 25일 만기 기준)의 손실률은 46.1%다.

일명 ‘DLS 사태’는 주요 은행이 KPI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은행도 지난 23일 영업실적 중심이던 기존 KPI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중요 기준으로 삼는 게 골자다.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한다. 고객 관점에서 각종 투자 포트폴리오를 집중 관리해주는 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내년부터 고객 수익률 비중을 확대한 KPI를 모든 영업점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센터에 대해 새로운 KPI 지침을 마련했다. 고객 수익률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렸다. 이를 포함해 고객 관련 평가 비중도 20%에서 60%까지 확대했다.고객 관련 사항을 더 들여다보는 형태의 KPI 개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차원에서도 은행권에 KPI 개편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은행장들을 만나 “DLS 손실 사태가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며 “성과지표 체계와 내부 통제시스템을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