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마마마켓' 윤한희·강진영 "후암동·성북동서도 만나요"

'오브제' 신화 일군 디자이너가 연 도산공원 편집숍, 그린라이프 플랫폼 인기
"우리 삶 대변할 공간 찾다 열어"…4년 만에 1기 마감하고 내년 재오픈
"내년 효창공원에 퀸마마빌리지·내후년 성북동에 퀸마마살롱도 준비 중"
23일 저녁 강남구 신사동 퀸마마마켓 4층. 치렁한 초록 드레스 차림 여성이 연단에 올랐다. 퀸마마마켓 대표인 윤한희 디자이너였다.

남편인 강진영 퀸마마마켓 크리에이터 디렉터가 그 모습을 지켜봤다.

"퀸마마마켓 매출 15∼20%가 외국인이라는 데 매우 성취감을 느껴요. 찾아온 외국인들은 '이게 메이드인코리아지?' '서울 사람은 이런 걸 써?'라고 물어요.

퀸마마를 끝까지 놓지 못한 건 그런 성취감이 우리를 흥분시켰기 때문입니다.

"
2015년 8월 도산공원 지척에 문을 연 퀸마마마켓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옥탑방을 어깨에 살짝 얹은듯한 콘크리트 박스 건물, 입구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 정글이 연상될 정도로 곳곳에 들어찬 식물.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한 건물 3, 4층은 책(독립서점 파크)과 커피(매뉴팩트커피) 향기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강화 왕골방석부터 대나무 디퓨저, 옻칠한 차 거름망에 이르기까지 여느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종다양한 물건을 '보물찾기'하는 느낌은 색달랐다.
윤한희·강진영은 1990년대 한국 패션계를 휩쓴 오브제·오즈세컨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2002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컬렉션에 진출해 와이앤케이, 하니 와이 브랜드를 키워냈다.

2009년 SK네트웍스에 오브제를 넘긴 두 사람은 외국으로 떠났다.

긴 유학과 여행을 마친 두 사람의 첫 결과물이 퀸마마마켓이었다.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국에 가면 어딜 가서 무얼 봐야 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우리 삶을 대변하는 공간이 어디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우리 세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 그 공간을 만들려 한 것이 퀸마마마켓 아닌가 생각해요.

"
자신감 넘치는 공주풍 옷으로 지금도 각인되는 오브제처럼, 어반·그린·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운 퀸마마마켓 색깔 또한 뚜렷했다.

매달 '반려식물'과 '월간물건' 등을 소개하면서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을 가꿔볼 것을 제안했다.

다양한 분야 크리에이터들은 퀸마마마켓을 지렛대 삼아 인지도를 높이고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단순히 '핫'한 곳 이상으로 자리매김한 퀸마마마켓은 30일 잠시 문을 닫았다.

새로운 브랜드와 창작자를 모집해 내년 중에 재오픈하기 위해서다.
윤한희·강진영 부부는 23일 퀸마마마켓 1기 활동 종료를 알리는 행사에서 '퀸마마 빌리지'와 '퀸마마 살롱'을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퀸마마빌리지도 퀸마마마켓처럼 후암동 효창공원 인근에 짓는다.

두 사람은 수년 전 문화역서울284 전시 관람 후 우연히 발견한 효창공원의 "오래된 아름다움"에 반해 3개 동 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이곳에서도 10개 남짓한 브랜드를 모아 일종의 '빌리지'를 형성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윤한희는 입점 브랜드 조건으로 "래디컬함이 중요하다.

이미 큰 가게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를 비롯해 주변의 젊은 에너지도 모아 일종의 동네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어요.

"
내후년 성북동 한적한 동네에 들어설 퀸마마살롱은 부부의 집이자 작업실, 전시장으로 구성된다.

퀸마마마켓 초창기 패션브랜드 진케이를 잠깐 선보이기도 한 강진영은 성북동에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가 계속해야 하는 일인가 고민도 많았지만, 일을 또 저지르고 말았네요.

(웃음) 내년엔 효창공원에서, 내후년엔 성북동에서 다시 뵀으면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