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50) "엄마, 인생은 60부터래" 아이에게 받은 큰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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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서 운전대를 잡고서야 몰려오는 공복감. 아이들에게 저녁 9시 이후로 절대 치킨, 피자 따위 야식은 없다고 공언한 터였지만 집에 가서 밥상을 차리는 건 절대 남은 하루의 일과가 아니어야 했다.
하는 수 없다고 위안하며 신호가 걸린 틈에 재빨리 배달 앱으로 치킨을 주문하고 배달 오토바이와 거의 동시에 집에 당도했다.
아이들의 환희에 찬 표정에서 기다리던 엄마가 반가운 건지 뜻하지 않은 치킨 박스가 더 반가웠는지 대번 알아볼 수 있었다.
쿨하게 닭다리를 하나씩 양보하고 퍽퍽살과 맥주 한 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려는 그때.
딸이 물었다.
"엄마 회사에서 뭐 재밌는 일 있었어?"
언젠가부터 딸은 간혹 저런 질문을 하곤 한다.

재밌었다고 할 만한 일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서 "오늘 졸려서 힘들었고 배가 너무 고팠고..."등등 하소연을 시작했다. 내친김에 "하...이제 나도 예전 같지가 않아. 나이 들어갈수록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그러니까 너네도 엄마가 한 번 말하면 숙제도 좀 바로바로 하고 집안도 정리해 놓고 강아지 목욕도 시켜주고…"라고 잔소리 폭탄을 투하했다.
피곤을 호소하는 내 푸념이 이어지자 딸은 그만하면 됐다는 듯 뒤돌아서며 한마디 던졌다.
"괜찮아 엄마. 인생은 60부터래."
"........"
내 하소연을 쏙 들어가게 한 따끔한 딸의 한마디.
그래 위로 정말 고맙다. 이렇게 한 번 폭소를 터트리면 또 내일을 힘차게 살 힘이 충전되는 거겠지. 그래 아직 16년이나 남았으니 나는 아직 괜찮다. 정말 괜찮다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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