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의 잔인한 폭행으로 숨진 5살…보육원 수녀의 기억

한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사랑 확인받고 싶어해"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계부로부터 모진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진 A(5)군은 2017년 3월 둘째 동생(4)과 함께 인천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당시에도 A군 형제는 계부 B(26)씨로부터 심한 폭행 등 학대를 당한 상태였다.

B씨는 2017년 1∼3월 A군의 다리를 잡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리치거나 얼굴과 목에 멍이 들 정도로 마구 때렸다.

폭행을 당한 건 둘째도 마찬가지였다.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고 A군 형제는 임시조치로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 보육원 수녀 C씨는 "밤늦은 시각에 두 아이를 받았는데 얼핏 보기에도 상처를 많이 입었더라"며 "지속해서 학대와 폭행에 노출된 흔적이 있었다"고 두 형제를 기억했다.

보육원에 처음 입소했을 당시 A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였다.신체 발달도 또래에 비해 뒤떨어졌다.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보육원에서 상담 치료와 심리 검사를 받기도 했다.

형제는 낯설고 힘든 상황에서도 보육원 생활에 차츰 적응해 갔다.특히 형인 A군은 밝은 성격에 인사도 잘하고 어른들을 잘 따르는 아이였다.

보육원 수녀 C씨는 "A군은 평소에 '수녀님 나 사랑해요? 난 수녀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며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아이였다"며 "그럴 때마다 꼭 안아주면 참 좋아했었다"고 회상했다.
2017년 10월 B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듬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씨의 아내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자 B씨 아내는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보육원을 찾아 자녀들을 만났다.

그때마다 B씨가 꼭 따라왔다.

그는 당시 학대 피해자인 의붓아들들에 대한 접근과 통신이 금지된 상태였다.

수녀 C씨는 "계부가 보육원으로 오면 우리는 '이러시면 안 된다. 경찰을 부를 거다'라고 대응했다"며 "그럴 때마다 그는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떠났고 실제로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A군의 신체 발달이 늦는 것을 두고도 트집을 잡았다.

"보육원에 책임이 있다"고 따졌고, 치료비를 청구하겠다고도 했다.

B씨는 두 의붓아들이 자신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보육원 생활에 적응해 잘 지내고 있는데도 지난달 30일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억지를 부렸다.

2년 6개월 만에 집으로 온 두 의붓아들 중 A군은 B씨에 의해 25시간가량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목검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끝내 숨졌다.

C씨는 "우리도 계부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다"며 "A씨가 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에서는 순한 양처럼 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이어 "(법이 정한) 보호 기간인 1년이 지났고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을 때 바로 아이를 계부에게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한동안 지켜본 것"이라며 "계부가 강력히 원해 어쩔 수 없이 A군 형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