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美 성공 신화' 포에버21, 파산보호 신청

80년대 이민 간 부부가 설립
저가 패션 휩쓸며 고속 성장
'美 100대 부자'에 들기도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동포 부부가 세운 유명 의류업체 포에버21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포에버21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파산법 11조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즉각 청산되지 않고, 법원 감독하에 영업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회생을 시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포에버21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40여 개국에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미국 178개 점포 등 전 세계 350여 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다만 개인이 소유한 수백여 개 점포와 웹사이트 등은 계속 운영한다.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을 뜻하는 포에버21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간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 피게로아 거리에서 ‘패션21’이란 이름으로 매장을 연 것이 시초다. 이 작은 옷가게는 이후 세계 40여 개국 800여 곳의 매장을 거느린 대형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장씨 부부는 미국 저가 패션시장을 주도하며 젊은 여성층을 집중 공략했다. 자산 규모를 수조원까지 불린 장씨 부부는 미주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이들 부부의 재산은 30억달러 정도였다.

포에버21은 연간 4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어패럴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회사로 커졌다. 하지만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NYT는 “포에버21이 과도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고 지적했다. 장씨 부부의 딸인 린다 장 포에버21 부회장은 “6년도 안 되는 기간에 7개국에서 47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번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구조를 단순화하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에버21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3억5000만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채권자들로부터 2억7500만달러, TPG식스스트리트 파트너스와 관련 펀드 등에서 7500만달러를 각각 유치했다. 포에버21은 이 자금을 제품 교환, 환불, 판매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