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만 억제 부작용…재건축 규제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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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1억시대' 긴급 진단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규제 카드가 무색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을 틀어막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마음이 급해진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부동산 시장 강세는 최소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 최장기간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공급 막혀 새 아파트 귀해지고
상한제 예고로 불안감 증폭
실수요자 중심 매수심리 자극
서울 집값, 왜 안 잡히나서울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할수록 부나방처럼 수요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선 끝내 정부가 우려했던 ‘3.3㎡당 1억원’ 시대가 열렸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공급면적 80㎡)가 24억원가량에 거래됐다. 이 거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세가 1억원까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날 성사됐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역시 13주째 상승세(한국감정원 기준)다. 지난주에는 주간 상승폭이 0.06%로 전주(0.03%)보다 두 배 커졌다. 정부가 규제를 집중포화하고 있는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아파트값이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진작부터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병행했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수요만 억제하려고 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규제로 매물이 크게 줄어든 탓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양도소득세 인상, 임대사업자 규제 등으로 매물이 워낙 희소해지다 보니 파는 사람이 제시하는 가격으로 살 수밖에 없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설상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이 막히면 새 아파트가 더 귀해질 것으로 보고 강남권 한강변의 새 아파트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강력한 거래규제가 맞물려 부작용을 양산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실체가 없는 막연함 불안감이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연말까진 안 꺾인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내년이나 그 이후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학렬 소장은 “정부가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주택자지만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라며 “상황에 따라 내년까지도 이 같은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역사적으로 서울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이렇게 적었던 시기가 없었다”며 “강남 신축은 물론 교통 호재와 리모델링 등의 요인으로 비강남 구축 아파트조차 오를 여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내년엔 분양가 상한제의 범위나 시기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만큼 공급을 틀어막지 않는다면 상승세가 잦아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수요자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공급이 막혀 있는 구조 때문에 서둘러 매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경기불황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나뉘었다.심교언 교수는 “거시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집값만 오를 수는 없다”며 “수십 년 초장기 투자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거시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대표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역대 최장기간 상승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서울 원하는 곳을 서둘러 매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등 규제를 완화해 공급이 늘어나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구민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