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릿(grit) 정신

유지상 < 광운대 총장 jsyoo@kw.ac.kr >
바쁜 나날 속에서도 새벽마다 노력하는 게 있다. 집주변 한강 둔치를 계속 걷는 것이다. 어느 날은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2시간 정도는 거뜬하다. 휴일에는 쉬지 않고 네댓 시간을 걸은 적도 있다. ‘새벽 빨리 걷기’가 요즘 나의 대표적 역량이 되고 있지만 젊은 시절엔 게으름 많고 노력이 부족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그릿(grit)이다. 열정과 끈기, 실패 뒤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끈기, 한 가지 일에 몇 년간 지속해 집중할 수 있는 열정이 바로 그릿이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저서 <그릿>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그릿이 있는데 이는 장기간 끈기를 갖고 목표를 이뤄내는 능력이라고 했다.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고용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본인의 적성, 여가와 휴식을 위한 퇴사가 늘어나 평균 네 차례 정도 이직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비슷한 직군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의 수요예측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든 그릿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에서는 학생 130명을 대상으로 최대 속도의 러닝머신에서 5분 정도 달리게 하고 이후 40년간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40년 후 직업, 연봉, 삶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은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바로 러닝머신 실험에서 나온 그릿 점수다. 체력의 한계가 왔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이라도 더 내디딘 사람들이 40년 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그릿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스티브 잡스의 기업가정신도 그렇다. ‘죽음을 앞둔 인생에서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무의미했다’는 그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그릿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노력, 열정만이 희망적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그래서 관심을 두게 되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다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목표와 희망을 품는 것이다. 마지막은 목표와 희망을 달성하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수없이 많은 연습과 노력은 자신감을 올릴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