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윤석열, 검찰개혁안 직접 짜라"…檢 "反개혁 낙인 찍나"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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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조국 업무보고 받고 지시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검찰개혁의 ‘그립’을 직접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사흘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자체 개혁안 마련을 지시한 것은 검찰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다. ‘조국 정국’을 정면돌파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검찰개혁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핵심 원칙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행정기관”이라고 언급한 것도 견제 장치가 없는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檢 "조국 수사와 개혁은 별개"
이날 조 장관의 업무보고는 지난 27일 급하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총장에게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고,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사무국장 등 핵심 요직 인사 임명을 재가한 점 등은 향후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는 전례 없이 강경한 발언을 통해 검찰개혁을 압박한 것도 인사권자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검찰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후보 시절 “검찰개혁은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인사권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를 지켜본 문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고 전했다.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검찰개혁 민심을 동력 삼아 검찰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일단락되는 대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 등의 개혁방안 실행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검찰 구성원과 시민사회 의견을 더 수렴해 (조) 장관과 관련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확정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 와중에 나온 문 대통령의 지시가 수사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은 수사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수사 관행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일축했다.검, 반개혁 낙인에 ‘반발’ 분위기
문 대통령의 지시에 검찰은 내부적으로 실천 방안을 마련해 ‘받들겠다’는 분위기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선 검찰이 앞장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은 100% 옳은 소리”라며 “오히려 지금은 정치권이 검찰개혁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를 막아 검찰의 자체 개혁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다만 검찰 내에선 윤 총장을 ‘반개혁론자’로 몰아가 사실상 검찰 수사권을 ‘무장해제’시키려 한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국민과 국회가 정해준 개혁안을 따르겠다’고 밝혔다”며 “역대 검찰총장 중 이토록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았던 총장이 어디 있었나”고 반문했다.
윤 총장은 특수부 등 검찰 인지수사 부서의 점진적인 축소, 공수처 도입 찬성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안에 수차례 동의 의사를 밝혀왔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나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로서 실무적인 차원에서 의견을 낼 뿐 특별히 반대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선에선 연일 검찰을 압박하는 여권에 대한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인천지검 장모 검사는 이날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임명권자로부터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됐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이렇게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권을 비꼬았다. 또 윤 총장에게 “지난 정권 때도 정권 눈치 살피지 않고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 여러 고초를 겪었으면서 또 그 어려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지지율도 높고 총장을 신임하는 여당과 내통하는 게 더 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형호/이인혁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