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사우디에 '강온 양면' 전술 구사(종합2보)

포로 생포, 무기 노획했다며 '증거 동영상' 공개
지난해 12월 휴전합의 이행한다며 사우디 포로 350명 석방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가 '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 남부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해 대승을 거뒀다며 그 증거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사우디를 자극하는 동시에 포로 350명을 석방하고 휴전하자고 제안했다.

예멘 정부와 이를 지원하는 사우디 측과 반군이 종종 상대의 반응을 떠보려고 '응수 타진'했다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지만 내전이 발발한 2015년 4월 이래 상황을 바꿔보려는 반군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것만은 사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8일(현지시간) 사우디 남부 나즈란 지역을 대규모로 공격해 큰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한 예멘 반군은 이튿날인 29일 이른바 '증거 동영상'을 공개했다. 예멘 반군의 아흐야 사레아 대변인은 이날 반군이 소유한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적(사우디 측) 2천여명을 포로로 생포했고 도주하려던 200여명을 무인기와 미사일 공습으로 사살했다"라고 발표했다.

이 동영상에는 산간 지역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수백명이 두 손을 위로 든 채 일렬로 걸어가는 모습과 사우디군 표식이 새겨진 장갑차가 불타고 반군 소속으로 보이는 무장 대원들이 무기와 탄약을 노획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또 사우디군의 신분증, 사우디 군복을 입은 병사의 시신도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사레아 대변인은 포로 가운데 대부분은 사우디 편에 선 예멘인이지만 사우디군 장교와 병사, 제3국 출신의 용병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즈란 부근에서 최근 몇 달 간 이어진 '알라의 승리' 작전을 통해 적 3개 여단을 쳐부숴 수천 명을 포로로 잡고 군용 차량, 장갑차, 무기와 군용 장비를 상당수 노획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달 25일 개시된 3일간의 작전에서 대승을 거뒀다"라고 시점을 바꿨다. 사우디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예멘 반군은 14일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을 무인기로 공격했다고 자처했으나 사우디와 미국은 반군의 군사 능력을 의심하면서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예멘 반군은 자신의 전투력이 사우디를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이를 반박하려고 한 달 전 벌인 군사작전 동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예멘 반군의 지도조직 최고정치위원회 무함마드 알부하이티 정치국장은 30일 이란 타스님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큰 타격을 준 이번 알라의 승리 작전으로 전쟁의 방정식이 우리 편에 유리하게 됐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작전의 성공은 우리의 첨단 미사일, 대공 방어와 공습 능력이 실전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라며 "사우디는 이제 우리에게 아주 쉬운 표적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반군이 20일 사우디에 제안한 휴전 중단에 대해 그는 "사우디가 이를 거부하면 예멘의 미사일이 사우디 영토 안으로 더 깊숙이 다다를 것이며 그 정도는 더 강해질 것이다"라며 "사우디의 한층 중요하고 핵심적인 시설을 표적으로 삼겠다"라고 경고했다.

예멘 반군과 긴밀한 이란 외무부도 30일 낸 성명에서 사우디가 예멘 반군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군은 30일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지난해 12월 스웨덴에서 예멘 정부와 맺은 휴전합의에 따라 사우디군 3명을 포함한 예멘 정부 측 포로 350명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과 협조해 석방했다고 발표했다.

반군의 국가포로관리위원회 압둘카데르 알모르타다 위원장은 "이번 석방은 휴전합의를 이행하는 우리의 신용도를 방증한다"라며 "사우디측이 상응한 조처를 하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ICRC는 석방된 포로가 290명이며 이 가운데는 이달 초 사우디군이 폭격한 반군의 수용시설에서 생존한 포로 42명이 포함됐다고 집계했다.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특사는 이를 환영하면서 "예멘 내전 과정에서 억류된 양측의 모든 포로를 교환하는 첫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현재로선 예멘 정부와 반군이 공유하는 공인된 접점은 스웨덴 휴전합의인 만큼 사실상 사문화한 이 합의를 반군이 꺼내 든 것은 상황 변화를 모색하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