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과 경제학으로 살핀 베트남의 앞날

한·베트남 학자들, 공저 '2019-2049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 펴내

한때 이념적 적대국이던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됐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수출국이고,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매우 활발하다.

눈부신 베트남 발전의 한 축을 한국 기업이 담당한다는 사실은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쉽게 확인된다.

은행, 전자, 건설, 화학, 철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베트남의 중심에서 그 성장을 힘차게 견인한다. 두 나라의 교류와 협력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경제 발전이 가속화할수록 한국 기업과 개인들의 베트남 투자와 진출도 한층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인구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의 미래가 더욱 밝게 다가온다.

올해 베트남 출생아 수는 159만8천 명으로, 30만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한국보다 5배나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30년 뒤인 2049년 상황은 어떨까? 두 나라 모두 출생아가 감소 추세지만 그 격차는 해마다 커질 게 분명하다. 2049년에 베트남에서 128만9천 명이 태어나는 반면, 한국의 출생아는 고작 17만 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노령인구 격차도 반대 현상을 보이며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65세 이상 베트남 노령 인구가 올해 7.5%에서 2049년 18.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노령 인구는 올해 15.5%에서 2049년 43.2%로 급증하게 된다.

한국과 비교할 때 베트남은 무척 안정적인 인구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신간 '2019-2049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는 경제와 인구를 양대 축으로 베트남의 앞날을 살폈다.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시장'으로 시야를 넓혔을 때 베트남의 숨겨진 기회를 온전히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이 책은 한국과 베트남의 전문가들이 인구학과 경제학 분야로 베트남의 미래를 전망했다는 점에서 더욱 새롭다.

공저자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경제학자인 베트남 사회과학원 대학원 쩐 밍 뚜언 부원장, 응우옌 쑤언 중 교수. 한국의 조 교수는 2015년부터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책의 제1장은 인구학적 관점에서 베트남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고, 2장은 베트남에 대해 지닌 오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냈다.

이어 제3장은 한국인 저자가 베트남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베트남 저자가 이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엮였다.

특히 책 첫머리에 등장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인구구조 인포그래픽은 왜 우리가 베트남이라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베트남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보다 인구다.

그 추이를 살펴보면 무궁한 잠재력을 알 수 있다.

1979년엔 5천270만 명으로 지금의 한국 인구와 비슷했지만 계속 상승 곡선을 유지해와 올해 9천6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어 10년 뒤인 2029년에는 1억 명을 돌파하고, 2049년에는 1억800만 명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베트남의 '부모형 소비시장' 규모가 한국의 6.4배에 이른다는 얘기. 베트남은 그야말로 각광받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저자들은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경제적 파트너로서 공생 관계에 들어선 지 오래다"면서 "앞으로 두 나라의 교류와 협력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교육, 문화, 스포츠, 행정, 외교 등에서도 폭과 깊이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베트남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양국의 밀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단기성 투자대상이 아니라 장기적 상생의 파트너로, 저임금 생산기지가 아니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소비시장으로 발상을 전환할 때 비로소 베트남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한국에 열릴 것"이라고 조언한다. 북스톤. 256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