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동원사업 사장 "동원의 미래, 건강한 바다 생태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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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뱃사람 같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형 참치잡이 배 모형을 들고 태평양에서 참치 잡는 법을 이야기할 때, 1년씩 망망대해에서 고기 잡느라 고생하는 선원들 이야기를 할 때, 미래 수산업은 첨단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힘줘 말할 때, 그의 눈은 유독 반짝거렸다. 삼성전자와 소니코리아 등에 20여 년을 몸담고 5년 전 ‘동원호’에 승선한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65)은 새로운 ‘업’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망망대해 위에서 명절 쇠는 '뱃사람 CEO'
그는 이번 추석도 남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보냈다. 지난 7월 출항한 주빌리호가 정박 중인 남태평양 타와라섬 키리바시항. 이 사장은 2014년 동원산업 사장에 취임한 이후 추석과 설 연휴에는 무조건 바다로 떠났다. 항공편이 1주일에 1~2편 있는 오지의 섬들이지만, 선원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면 동원산업이 가야 할 길이 더 선명해졌다.경영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
“바다 한가운데 멸치 떼가 떠오르면 하얗게 ‘백파(白波)’가 일거든요. 그 아래 참치 떼가 있어요. 작은 배가 내려가 2.5㎞의 원을 그리며 그물을 치고, 이걸 밑에서부터 자루를 만들어 끌어올리는 거예요. 그물 깊이가 350~400m쯤 되죠. 그게 몇백t의 고기 떼를 끌어올립니다. 엄청나죠. 수산업은 선장과 항해사와 선원들, 그리고 바다 생태계가 하나가 돼 만들어가는 산업입니다.”
이 사장은 회사를 축구단에 비유했다. 그는 “동원FC라는 팀 아래 감독(사장)도 있고, 코칭스태프(임원진), 선수(선원)도 있다”며 “스타 선수도 필요하지만 팀워크가 더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선수를 영입해야 팀이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틈만 나면 현장을 방문한다. 해외 주재원으로 객지 생활을 했던 자신의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외국인 직원, 물류 직원 등까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이 사장은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로 일하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수산업 경험은 없었지만 경영자의 고민은 어느 업종이나 비슷하다고 이 사장은 생각한다. 그는 “결국 사람과 지속가능경영,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모든 경영자가 하는 것”이라며 “존경할 만한 기업가, 우리 세대의 창업자와 함께 일한다는 게 큰 행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잡는 어업에서 ‘종합수산유통회사’로
해외에서 주로 가전·전자제품 마케팅을 한 이 사장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동원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부임한 2014년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7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이 사장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 3대양에서 모두 참치를 어획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동원산업이 유일하고, 어획한 참치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술도 세계 1위”라고 강조했다. 어획량 제한 등 수산업이 양적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유통업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원산업은 지난 3년간 고기 잡는 것을 넘어 구매, 가공, 판매하는 유통사업으로 빠르게 영토를 넓혔다. 그는 “기존 수산물 유통과는 차별화된 동원만의 인프라를 활용해 ‘조금 더 신선한 수산물 유통’을 추구한 게 성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동원산업은 국내 연어 수입량의 20%를 차지하는 1위 업체가 됐다. 고등어, 오징어 등 다른 수산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신생 자회사이자 한때 망해가는 회사였던 세네갈의 S.C.A SA 참치 회사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기존 콜드체인에 강점이 있던 물류사업을 확장하는 성과도 냈다. 동부익스프레스, BIDC 등을 인수해 물류 시장의 강자로 키웠다.미래 수산업, 인류 식량문제에 앞장
“동원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시작해 ‘수입’과 ‘가공’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창업 당시 단순히 수산회사가 아니라 그 이상을 생각했지요.”
이 사장은 양식업에 수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했다. 최근 국제식량기구(FAO)가 발표한 ‘프로틴 챌린지 2050’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 인구는 96억 명으로 지금보다 30% 늘어나지만 단백질에 대한 수요는 약 70%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땅에선 가축을 기르고, 해상에서는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지만 어획량이 10년째 정체”라면서 “양식업의 획기적 발전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를 강조한다. 10여 년 전부터 재생용지에 식물성 잉크를 쓴 ‘친환경 명함’을 갖고 다니는 그는 “바다가 없으면 수산 자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 ‘글로벌 준법경영 위원회’를 신설하고 미국인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회의인 ‘시보스(SeaBOS:Seafood Business for Ocean Stewardship)’의 멤버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기관의 ‘지속가능한 수산업’ 관련 논문에서 시작된 이 회의는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와 동원산업 등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동원산업 외에 마루하 니치로, 일본수산, 모위, 타이유니온, CP푸드 등 글로벌 수산기업들이 속해 있다.
이 사장은 “SeaBOS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수산식품 기업 10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한 의제설정과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이명우 사장 프로필△1954년 부산 출생
△부산고 졸업
△서울대 미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1977년 삼성전자 입사
△1998년 삼성전자 미국 가전부문 대표
△2001년 소니코리아 사장
△2006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회장
△2010년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
△2013~2018년 포스코 사외이사
△2014년~ 동원산업 사장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