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밀어붙인 정부

국무회의서 'ILO협약 관련 노동관계법 개정안' 의결

공무원 노조가입 기준 삭제
전교조 합법화도 길 열어줘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 외면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의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로선 제1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지만 만에 하나 법안이 통과되면 법외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합법화되고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이 풀린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전격 시행도 모자라 한·일 경제갈등, 미·중 무역분쟁 등 경제 환경이 최악인데 정부는 노조 힘만 키워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요구만 대폭 수용고용노동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법 개정 관련 행정 절차가 마무리됐고 처리 여부는 국회로 넘어갔다.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개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교섭권을 위임받아 해고·실업자도 회사와의 협상에 임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정식 노조원이 돼 매년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 전임자에 대해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됐다. 과도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막기 위해 현행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한도 내에서만 급여가 지급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 한도를 넘어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를 처벌할 근거도 같이 삭제돼 협상 과정에서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현행 6급 이하로만 돼 있는 공무원 노조 가입 제한 조항도 사라졌다. 사무관(5급) 이상 고위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 현직 교원이 아닌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합법화된다는 얘기다.의견수렴 한다더니…경영계 요구 외면

노조 가입 대상과 자격을 대폭 완화한 반면 경영계가 요구한 사항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전부다. 정부가 지난 7월 입법예고 후 의견수렴 기간을 뒀으나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을 없애고 사측에만 적용되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을 없애든지 노사 모두에 균형있게 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가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파업에 나서도 사용자의 저항권이 제한돼 있어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차질을 빚는다는 게 경영계 호소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개정안은 노조의 단결권만 지나치게 확대·강화하는 법안”이라며 “사용자의 방어권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현재로서는 입법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ILO 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개정안 통과의 1차 관문인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한국당 소속 김학용 의원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으로 국내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만 키우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