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檢 개혁' 지시 하루 만에…尹 "특수부, 3곳 빼고 모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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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 특별수사부 폐지와 파견 검사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조치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을 맡고 있던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에도 논의된 안이어서 청와대가 ‘내로남불식’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적폐청산 때 벌어진 수사 악습과 특수 수사를 용인해온 문재인 정부가 이제 와서 특수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검찰개혁이 조 장관 의혹 수사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수부 축소 형사부 강화는
조국 주도한 수사권 조정법안과 정반대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총장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작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대표적 인지부서인 특수부 조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개진해왔다. 검찰은 이런 의견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개혁에 저항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당시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담당한 조국 민정수석의 의중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통’ 검사들을 동원해 잦은 압수수색,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세우기(공개 소환), 별건수사 등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적폐수사에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의원 등 5명이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침묵했다. 오히려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는 작년 6월 검찰의 특수부 기능을 사실상 유지하고 형사부 검사들의 힘을 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법안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로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중요 범죄’로 특정해 사실상 특수부 기능을 살려놨고, 수사지휘권 폐지 등으로 형사부 검사들의 권한은 대폭 축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똑같은 정책을 두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고 추진한다면 누구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조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거나 검찰 내 특정 세력을 축출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