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20%는 불완전판매…출시 반대한 위원 교체도"

금감원 중간조사 결과
서류 점검서 문제점 대거 적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 모임은 1일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본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 참석자가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계좌 약 4000개 중 20%가량이 불완전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DLS 판매를 강행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DLS 관련 합동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사는 주요 판매창구인 우리·KEB하나은행을 비롯해 DLS를 발행한 3개 증권사, DLS를 담은 펀드인 DLF를 운용한 2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달가량 이뤄졌다.
금감원이 DLS 잔존 계좌 3954건의 판매 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20%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가 영업점을 방문하지도 않았는데 직원이 투자자 신분증 사본으로 펀드를 개설하거나, 투자자 성향을 분석할 때 고객이 기재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전산에 입력한 경우도 적발됐다.

DLS 판매 결정 과정도 부실했다. 우리은행은 내규상 고위험상품 출시를 결정할 때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치도록 했지만 2017년 5~6월 판매한 DLS 380개 중 이 과정을 밟은 경우는 두 건에 불과했다. 구두로 출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위원은 의견을 묵살당한 채 교체됐다.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다른 직원이 임의로 ‘찬성’ 의견을 적어넣기도 했다.

"원금손실 0%"…은행, DLS를 이자 더 주는 예금으로 속여 팔았다“이 상품은 원금 손실 확률이 제로예요.”

60대 주부 A씨는 지난 3월 1억원짜리 적금 만기를 맞았다. 거래 은행 직원 B씨는 A씨에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은행원의 말만 믿고 만기가 되지 않은 적금까지 해지해 총 1억5000만원을 DLS에 투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80% 손실을 보고 3000만원만 손에 쥐었다.

금융감독원은 1일 DLS 관련 합동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DLS를 원금 손실이 거의 없는 상품으로 마케팅했다”고 밝혔다. 판매직원을 교육할 때도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소비자가 예·적금과 비슷한 상품으로 착각하고 DLS에 가입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가 와도 DLS는 안전”

해외금리 연계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미국과 영국의 이자율 통화 스와프(CMS) 금리 등 기초자산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 상품이다. 만기 때 금리가 상품 가입 당시 약속한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잃는 구조다.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연 4% 안팎의 수익률을 얻는다.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들 금리가 과거에 대폭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선전했다. 우리은행의 한 PB센터는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에 6개월만 투자해보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판매 직원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사내 게시판에 “만기상환 100%, 원금손실 0%”라는 자산운용사 테스트 결과를 올려놨다. KEB하나은행은 “정기예금 선호고객들에게 금리 경쟁력 있는 확정금리 상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판매 포인트를 알려주기도 했다.

“DLS 많이 팔수록 인사고과 유리”

은행들이 DLS를 대규모로 판매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동력은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직결되는 핵심성과지표(KPI)였다. 직원이 올린 비이자수익에 다른 은행보다 2~7배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PB에게 적용된 비이자수익 배점은 20점이었다. 다른 은행은 3~12점에 불과했다. 비이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이 투자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원들은 KPI를 잘 받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금감원이 공개한 DLS 분쟁조정 신청 주요 사례를 보면 전화 한 통화로 1등급 위험상품인 DLS를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올해 4월 은행 직원은 직장인 C씨에게 전화해 “안전하고 조건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DLS 가입을 권유했다. 통화시간은 1분에 불과했다. C씨는 결국 60%가량 원금 손실을 봤다.

수수료는 꼬박꼬박 챙겨

은행과 증권사 등은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겼다. DLS 관련 금융회사들의 수수료는 투자금액의 4.93%였다. 투자자에게 제시된 2% 수익률(6개월 기준)의 2.5배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우리은행은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금리가 떨어져 손실 규모가 커졌는데도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했다. 약정 수익률은 기존 수준인 연 4%를 유지했다. 대신 금리가 떨어졌을 때 입게 되는 고객의 손실을 더 키웠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DLS 잔존 계좌 3954개를 전수 점검한 결과 서류상 하자가 발견돼 불완전판매로 볼 수 있는 의심사례가 약 20%라고 밝혔다. 서류상으로는 요건을 갖췄어도 실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기초자산인 금리, 원자재, 환율 등의 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 DLS를 편입한 펀드를 DLF라고 한다. 해외 금리 연계 DLS는 금리가 설정된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연 환산 수익률 3.5~4.0%를 보장하고, 구간 아래로 움직이면 최대 원금 전부를 잃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