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株 반토막인데…英 오카도 66% 오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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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업 대표株 비교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 주가가 올 들어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온라인시장 확대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부진은 비단 국내 현상만은 아니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 주가는 올 들어 ‘반 토막’ 났다. 세븐아이홀딩스 등 일본 유통업체들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내수 침체·온라인시장 확대로
美백화점·日편의점株 내리막
이마트·롯데 등 국내社도 '허덕'
전 세계 유통업체 중 올 들어 주가 상승률(66.3%)이 가장 높은 곳은 영국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오카도(Ocado)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도 없지만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이미 국내 유통업체들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무장한 오카도의 고속 성장은 격변하는 유통의 미래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동반 침체된 글로벌 유통株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1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2분기 ‘영업 적자’를 내면서 연초 대비 주가는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줄어든 1348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통업체 부진은 주가로 반영되고 있다. GS리테일(1.9%) 등을 제외한 대부분 유통업체 주가가 올 들어 하락했다. GS홈쇼핑(-12.6%)과 현대홈쇼핑(-8.0%) 등 홈쇼핑업체도 주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은 유통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며 “1인 가구 증가도 대형마트 부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전통적인 유통업체 부진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이시스(-48.7%), 노드스트롬(-29.4%) 등 미국 백화점 운영사 주가도 올 들어 고전하고 있다. 편의점산업의 성장세 둔화도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의 편의점 운영사인 세븐아이홀딩스(-13.6%), 패밀리마트(-24.3%), 로손(-20.4%) 등은 실적 부진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말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서비스 중심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내구재 소비 대신 맛집과 여행에 에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오카도의 파죽지세
2000년 설립된 오카도의 고속 성장은 유통업 침체 속에서 독보적이다. 온라인으로만 식료품을 판매하는 오카도는 로봇과 AI 등으로 자동화된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매출 확대와 비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로봇이 배송차량에 제품을 담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세 곳의 물류창고를 둔 오카도가 취급하는 품목은 5만여 개에 달한다. 3500개의 물류창고에서 1만4000여 종을 처리하는 테스코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올해 1400만파운드(약 2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슈퍼마켓 모리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한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카도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유통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제3자 유통업체들에 판매하는 물류 솔루션이 오카도 기업 가치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코스트코는 강력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사례로 꼽힌다. 전 세계 780여 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상품 판매 마진이 낮은 대신 연회비로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성공적으로 열면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코스트코 주가는 올해 40.4% 올랐다.
해외 유통업체들의 혁신 사례에 비해 국내 유통업체 변화는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마트는 온라인시장 확대에 대응해 뒤늦게 쓱닷컴과 대규모 물류센터 등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쇼핑은 부동산 매각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카도와 코스트코 등의 혁신 사례가 국내 유통업체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