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왼손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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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은 20세기 최고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친형이다. 오스트리아의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지만 1차 세계대전 중 부상으로 오른손을 절단하고 만다. 그렇지만 부친이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힌 오스트리아의 철강 재벌이었기에 당대 유명 작곡가들에게 왼손을 위한 피아노곡을 다수 위촉할 수 있었다. 이 방면의 대표작인 모리스 라벨(1875~1937)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단조’(1930)도 그 산물이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넘치는 재산 덕분에 자기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오른손을 잃은 뒤에도 그는 오랫동안 러시아군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그런 중에도 왼손만으로 나무판을 두드리는 훈련을 쉬지 않았고, 그것이 감독관의 눈에 띄어 특별한 포로로 대우받았다. 남아 있는 약간의 흑백 영상을 통해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그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