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이춘재 9차 조사만에 화성살인 9건 전부 범행 실토

닮은듯 다른 범행도 있어 경찰 검증작업으로 최종확인 착수
범행 자백 건수만 14건…화성사건 말고도 여러차례 범행 추정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 씨가 30여년 전 화성연쇄살인사건 9건을 전부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확인돼 또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현재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 중인 이 씨는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9차례 진행된 경찰의 대면조사에서 마침내 자신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총 10건 중 모방범죄로 판명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1일 드러났다.

모두 9건의 사건중 추가 모방범죄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었으나, 예상을 깨고 이씨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하면서 이제는 최종 검증작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이들 사건은 발생 장소가 지근거리의 논과 야산이라는 점 말고도 피해자 살해 수법과 시신에 대한 뒤처리 방식이 모두 같은 사람이 한 것처럼 닮은 꼴이다.

범인은 통상의 살인범들처럼 흉기나 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가지로 목을 조르거나 눌러 살해하고, 특정 부위를 심하게 훼손하는 잔혹함을 보였다.또 범행 후에는 잽싸게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시간을 들여가며 이들 옷가지로 매듭을 지어 손과 발을 묶어 농수로나 축대 등에 유기하는 대담함과 여유를 부렸다.

이처럼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이어지자 과거부터 경찰은 화성사건의 범인이 1명이라는 추정 하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왔다.
수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오던 수사는 DNA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에 힘입어 최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경찰이 화성사건 5차·7차·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가 이 씨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 씨를 특정한 경찰은 그가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로 프로파일러 등을 보내 대면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 씨를 상대로 한 대면조사에 사활을 걸어야 할 운명이었다.

화성사건이 발생한 지 30년도 더 지난 탓에 당시 사건의 증거물에서 '스모킹건' 역할을 할 DNA가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사 착수 후 DNA가 일치하는 점이 추가로 확인된 4차 사건을 보탠다고 해도, DNA가 나온 4건의 사건과 모방 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다른 5건의 경우 이 씨의 자백이 없다면 자칫 영원한 '콜드 케이스(장기미제 사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경찰의 추궁에 지난주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씨는 대면조사 과정에서 1986년 9월 화성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이모(71) 씨가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1차 사건부터 5년 뒤인 1991년 4월 3일 오후 9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69) 씨가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 10차 사건까지 8차를 제외한 9건을 자백했다.

1차 사건 발생 이후 33년간 베일에 가려져 최악의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줄곧 화성사건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온 이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자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4차 범행의 DNA가 검출된 점, 이번 사건으로 가석방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점 등이 꼽힌다.

나아가 이 씨는 화성사건 외에도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 씨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세를 부리며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총 14건의 사건에 대해 신빙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DNA가 검출되지 않은 일부 사건의 경우, 사건의 유형은 비슷하지만 다소 차이가 나는 점도 있는 만큼 검증작업을 통해 실제로 이씨가 모든 화성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명명백백하게 가리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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