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부론' 격돌…한국당 "경제 총체적 위기" vs 與 "성장률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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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등 '팩트' 놓고 공방전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문건을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문건에서 민주당은 “민부론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균형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은 “집권 여당이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민주당 주장을 재반박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여야가 경제정책 기조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는 모양새다.민주당 “팩트 외면한 주장”2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는 전날 ‘민부론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36쪽 분량의 이 문건은 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해 통계 수치 등을 들어 반박하고 대응 기조를 제시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경제정책 비전을 정면 비판하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정책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부론' 반박 문건 낸 민주당
한국당 "여당이 경제현실 외면"
민부론은 한국당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경제 비전이다. 국가 주도, 평등 지향 경제정책 기조를 시장 주도의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의 공격이 예상되는 만큼 의원들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정책들에 대한 팩트를 설명하는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문건에서 “전반적으로 팩트는 외면했고, 정책은 균형감 없는 재탕”이라고 민부론을 총평했다. 민주당은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민부론 주장에 “한국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잠재성장률이 추락했다는 내용에는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주장했다.민주당은 또 민부론이 “양극화 해결에 대한 정책 제시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에만 치우친 정책이라고도 지적했다. 민부론에서 제시된 정책 과제 20개 중 8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재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표현만 다르게 바꾼 내용이 많다”고 적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평가에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전부가 아니며 일자리 창출 등을 포괄하는 정책 패키지”라고 반박했다.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조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엔 “한국 주요 세목의 세율 및 세 부담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국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민부론 지적엔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지원 방안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맞받았다.
한국당 “집권 여당이 경제 현실 몰라”한국당은 민주당이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이 대응 문건까지 만들어가며 무너져가고 있는 경제 현실을 외면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집권 여당이 진실을 외면할수록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말 것”이라고 했다.
민부론 집필을 총괄한 김광림 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의 문건은 모두 재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민부론은 경제와 민생만 생각하며 직접 손으로 써내려간 책이고, 민주당 명의의 반박자료는 여당의 지위를 남용해 1년 중 가장 바쁜 국감을 앞두고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하청 생산시킨 게 의심되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성장률이 낮지 않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위에 그쳤다”며 “이 사실을 모른다면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부론에 양극화 해소 방안이 미흡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된 지난 2년 반 동안 하위 20% 소득은 7.8% 줄고, 상위 20% 소득은 13.8% 늘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