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싸움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무역 악영향 대공황 이후 최대"
입력
수정
지면A3
美·獨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 금융위기 이후 최악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기가 반짝 상승하자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는 리와인딩(rewinding)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교역 감소가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0일 고위급 협상을 벌이지만 미국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대응 등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중국 제품 고율 관세→중국의 대(對)미 수출 감소→한국 등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 사슬의 붕괴’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제조업 일제히 침체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싸늘하게 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른 ‘관세 무기’로 각국이 신음하고 있다. 미 증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워노그라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둔화의 원인은 명백히 무역 관련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중국의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2월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지표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3월과 4월 50 이상으로 잠깐 반등했지만 5월부터 5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9월 수치는 49.8이다.
중국 제조업의 부진은 중국 수출이 많은 독일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 지난달 독일 제조업 PMI는 41.7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다. ‘유럽의 기관차’인 독일이 휘청거리자 유로존 제조업 PMI도 지난달 45.7로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내놓은 9월 PMI는 47.8로 독일과 마찬가지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로 나타났다.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무역 증가율을 올해 4월 추산치 2.6%에서 1.2%로 낮췄다. 역시 10년 만에 최저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무역분쟁은 직접 타격을 넘어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그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위축은 서비스업과 고용 등 전 경제 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포티오스 랩티스 TD이코노믹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지수가 더 낮아지면 미국 경제 전체를 침체로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제조업 경기 둔화를 감안해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8%로 낮췄다.
미·중 협상 여전히 불확실미·중 양국은 10~11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한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중국에 관세 부과를 시작한 이후 대상 품목과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12월 15일이면 사실상 6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15~30%의 관세를 부과한다. 중국도 보복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양국이 합의를 이뤄 관세를 미루거나 철회할 경우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조업 PMI는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 만큼 심리가 개선되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합의 가능성이다.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분위기다. CNBC는 이날 백악관이 중국의 미국 내 금융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담은 ‘정책 메모’를 지난주 관계자들에게 회람시켰다고 보도했다. 협상을 앞두고 중국에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플레이’일 수도 있지만 진짜로 중국의 미 금융시장 투자 규제를 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중국의 미국 투자를 막을 경우 그건 완벽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신용평가사 피치의 브라이언 쿨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정책 혼선 때문에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이 이렇게 악영향을 받은 것은 대공황 때인 1930년대 이후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