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우크라이나 의혹' 트럼프 통화 함께 들었다" 시인

"합법적 대화" 강조…"中은 약탈적" 일대일로 참여 伊에 경고도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 정상 간 통화 청취자 가운데 한 명임을 시인했다.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를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당시 통화를 들은 인사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는데 당사자가 직접 이를 확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 중점을 둔 합법적인 대화"였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에 능통하다는 점도 내세웠다.당시 통화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 역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원 3개 상임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한 국무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낸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탄핵 위기에 몰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무대에서의 정치·경제적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도 재차 표명했다.

그는 "우방인 이탈리아는 중국이 경제력을 통해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한 국가의 자주권을 약화하는지 인지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무역·투자 등에서 '제로섬'의 약탈적 접근 방식을 취하는 점에 높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현지 언론에선 이탈리아가 선진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글로벌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한 데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 3월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을 찾아 중국을 비롯해 쿠바, 이란, 미얀마, 시리아 등을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 존엄과 신뢰 문제를 논의하는 바티칸 콘퍼런스에 참석해 "국가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면 인간 존엄과 도덕적 규범이 완전히 무너지고 국민에게 신이 아닌 정부를 찬양하도록 요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폼페이오 장관은 이탈리아에 이어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그리스 등을 차례로 순방한 뒤 6일 귀국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