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은 삼성 스마트폰…중국 철수하고 '인도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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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장 철수…연3억대 출하 사수하려면 인도 필수삼성전자가 13억 인구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올인'할 채비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6년 만에 3억대 밑으로 내려온 삼성전자로선 점유율 사수를 위해 인도 시장 판매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중국을 대체할 대규모 신흥시장으로 점찍은 것이다.
신형 갤럭시, 샤오미 레드미 수준으로 가격 인하
온라인 채널 강화하고 밀레니얼 세대 공략 집중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물량 재배치 조치에 따라 지난달 말을 끝으로 중국 후이저우 공장 문을 닫았다. 후이저우 공장을 끝으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공장을 완전히 철수했다. 앞선 12월에도 톈진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은 바 있다.현지 업체들에 밀려 중국 시장점유율이 불과 0.7%에 그친 삼성전자는 현지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매출 규모가 급감하자 공장 폐쇄라는 과감한 조치를 택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총괄사장은 지난 8월 갤럭시 언팩 행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간 출하량 3억대는 지키고 싶다"며 "갤럭시A 시리즈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많이 넣었고 인도 온라인 모델(갤럭시M)도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 3억대 사수 계획의 밑그림에 인도 시장을 포함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인도와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전환할 방침.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에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장(노이다 공장)을 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논의한 뒤 8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노이다 공장 완공으로 인도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월 생산능력은 500만대에서 1000만대로 늘었다. 연간으로 치면 1억2000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량이 연간 약 3억대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량의 약 40%를 감당할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 공장과 함께 명실상부한 2대 거점이다.
인도 시장은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최대 격전지이기도 하다.
2005년 일찌감치 인도에 휴대폰 공장을 지은 이후 인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는 2017년 저가 모델을 앞세운 중국 샤오미에 1위를 빼앗겼다. 샤오미는 10만~17만원대 중저가폰과 10만원대 이하 초저가폰으로 갤럭시의 점유율을 가져왔다.샤오미 외에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인도 소비자들 경제 수준을 고려해 크게 가격을 낮춰 판매한 전략이 적중하면서 비보, 오포, 리얼미 등 중화권 업체들이 득세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해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어 주로 10만~40만원대의 중가 휴대폰에 집중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1020만대를 출하해 28.7%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940만대 출하, 26.3%로 2위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 샤오미에 1위를 뺏긴 이후 7분기째 2위다.
삼성전자가 올해 '인도 시장 재탈환'을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올해 중저가 라인업을 갤럭시A, 갤럭시M으로 재편하면서 갤럭시M10, M20, M30을 인도에서 가장 먼저 발표했다. 가격도 샤오미의 인도 주력 스마트폰 '레드미'와 유사한 수준으로 맞췄다.특히 인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갤럭시M 시리즈는 온라인 채널 전용으로 판매하면서 그동안 샤오미보다 약점으로 꼽혔던 온라인 판매를 대폭 강화했다. 갤럭시A 시리즈, 갤럭시M 시리즈에도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트리플 카메라 등 최신 프리미엄 부품을 채택했다.
이같은 조치로 샤오미와의 점유율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샤오미 28.8%, 삼성전자 23.2%로 점유율 차가 5.6%포인트, 올해 1분기 각 30.1%, 22.7%로 7.4%P씩 났지만 지난 2분기에는 두 업체 간 점유율 차가 2%P가량으로 줄어들었다.
SA는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인도 퍼스트' 전략을 펼치면서 인도에서 점유율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인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