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굿 이너프 딜 전략 세워야", 한국당 "북한의 사기극"(종합2보)

외교부 국감…'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상반된 주문
한국당 "주요 현안서 외교부 패싱"…강경화 "동의할 수 없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오는 5일 재개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북미협상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춘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나아가 이에 따른 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나아가 한국당은 주요 외교 현안 전면에 청와대가 나서는 바람에 '외교부 패싱'이 심화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 북미 실무협상 재개 놓고 여야 '시각차'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5일 재개되는 북미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협상 전망에 대해선 신중론을 견지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북한의 사기극'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은 "아마 연말에 북미정상 간 회담이 꼭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며 "10월에 얼마나 (북미 실무협상이 진전)되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 간 회담이 순조롭게 될 수도 있고,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최근 이 현상들이 전략적 전환을 향하는 것인지 일시적 진동이 발생한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며 "동북아 대전환기에 대한민국이 소외되거나 방향을 잘못짚어서 궤도를 이탈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협상이 안 되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한 것을 안이하게 넘기면 안 된다"며 "우리의 입장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석현 의원은 "깨지기 쉬운 회담이라 우리 측이 미국 측을 잘 설득해야 한다"며 "회담 장소는 피차 도청을 우려해 북미 양국 대사관이 있는 스웨덴, 스위스 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이 말한 단계적 비핵화는 단계적 핵무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비핵화의 의미가 뭔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극에 놀아나는 것이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핵화에 대한 개념에 대해 비건 대표와 얘기를 나눠봤냐'는 윤 위원장의 질의에 "그것을 위해 실무협상에서 맨 먼저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할 리 없다는 전제 하에 모든 대북정책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며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가서 다른 나라 원수들에게 북한의 제재를 풀어달라고 하소연하나.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 관계자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양석 의원은 2008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쓴 책 '선군외교'에서 '북한은 한국을 식민지 관점에서 파악하고 대미 접근에서 배제한다.

남북대화를 북미회담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로써 조성하되 인질로서 한국을 활용한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에 강경화 장관은 "서훈 원장의 책이라는 것은 몰랐다"면서도 "우리의 역할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가져가는 여러 아이디어가 우리와 충분히 교감을 하고 만들어낸 협상안"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평양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남북한 예선전이 한미 워킹그룹의 심사 대상인가'라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의에 이도훈 본부장은 "필요한 장비에 대해 제재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워킹그룹은 오히려 제재와 관련해 절차를 신속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 지소미아 종료 결정 두고 "영향 미미" vs "우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여당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으로 안보협력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우려를 나타내며 종료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한미일 3국이 지난 2014년 12월 정보공유약정(TISA)를 체결한 이후 지소미아 체결 이전까지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 정보를 17차례 주고받았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TISA가 유효하므로 안보협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우리 군은 즉각 일본 측에 지소미아에 의한 정보를 요청했다"며 "이처럼 지소미아가 긴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한미 양국의 정보공유, 종합훈련 등을 일본과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 바로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라며 "뉴욕 한미 정상회담은 부랴부랴 불 끄러 간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당 '외교부 패싱' 주장…강경화 "동의할 수 없다"
야당은 주요 외교 현안 전면에서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패싱'되는 일이 심화하고 있다고 집중 공세를 펼쳤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청와대가 (외교) 이슈를 발표하고 심지어 언론 대응까지 한다"며 "외교부 공무원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국 전 민정수석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등에서 외교 라인이 거의 제외되다시피 했다"며 "외교의 주무 부처는 청와대가 아니고 분명히 외교부"라고 쏘아붙였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외교부 국감은 청와대 안보실과 국장실을 모셔다 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일 것이라 본다"며 "우리외교가 북한 중심 외교, 북한 올인 외교, 총선용 외교에서 비롯된 외교 실종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외교부가 실종됐다는 판단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외교부는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외교부 패싱' 논란에 대해 부인했다.

강 장관은 "미국 전문가, 북핵 문제 전문가도 필요한 곳에 포진돼 역할을 잘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출발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에서도 핵심역할을 했다"며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외교부가 배제됐다는 얘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강 장관은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상 외교가 활발해지는 상황"이라며 "(정상외교가) 전 세계적 추세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차기 외교부 장관으로 거론된다며 "김현종은 가는 곳마다 문제를 야기시키는 사람이다. 강 장관도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후임으로 김현종이 오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회의장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