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통령, 트럼프에 '뼈있는 훈수'…"美도 EU를 필요로 해"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서 트럼프 EU 불평에 '응수'하며 美·EU 협력 강조
트럼프 탄핵정국 와중 "미국에는 위대한 민주주의 있어" 의미심장한 말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뼈있는 훈수'를 뒀다. 미국 백악관에서 개최된 미·핀란드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장에서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관세와 방위비 등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것이다.

이날은 공교롭게 세계무역기구(WTO)가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EU의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미 무역대표부(USTR)가 EU 농산물 등에 대한 대규모 보복성 '관세 폭탄'을 때리며 '대서양 무역전쟁'이 격화된 날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현재 EU의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유럽 순회 의장국을 맡은 핀란드가 EU와의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EU에 대해서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나라를 제대로 처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EU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EU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아주 오랫동안 연간 1천600억 달러 수준으로 계속돼왔다.

보다 균형 잡히고 건실한 무역 흐름은 핀란드와 미국 양국에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니니스퇴 대통령은 옆자리에 서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곳(미국)에는 매우 위대한 민주주의가 있다.

그것(민주주의)이 계속 지속하도록 하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유럽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역시 유럽을 필요로 한다"며 EU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은 트럼프 대통령에 '응수'했다.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한 트럼프식 대(對)EU 외교노선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내놓은 셈이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것의 대가를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모든 것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거론한 뒤 "이 점에서 우리는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언론들은 니니스퇴 대통령의 이날 공개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대한 적자에 불만을 털어놓은 직후 함께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뼈있는 말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미 영상전문매체 APTN은 "핀란드 정상이 민주주의와 EU와 관련해 트럼프에 잔소리를 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니니스퇴 대통령이 미국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언급한 것을 두고 미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 문제로 민주당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