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미탁' 할퀴고 간 대구·경북 3명, 삼척 1명 사망

제18호 태풍 미탁, 500㎜ '물폭탄'
대구·경북 3명 사망·2명 실종 등 피해 속출
관광열차 '해랑' 탈선·KTX 선로 침수
저지대 물 잠겨·곳곳 산사태 경보
울진 시간당 104.5㎜ 관측 이래 최고치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강원 삼척에 400㎜의 폭우가 쏟아져 삼척 시내 도로가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미탁'이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곳곳에 기록적인 '물 폭탄'을 퍼부었다. 열차 탈선, 산사태, 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대구와 경북에서는 현재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삼척에서도 1명이 숨졌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3일 오전 4시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8시 30분께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서 김모(76)씨가 농수로 배수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김씨는 집중호우로 배수로가 막힐 것으로 예상해 물 빠짐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일 0시께는 포항시 흥해읍 급장리에서 이모(47·여)씨가 급류에 빠져 사망했다.

오전 1시 16분께는 영덕군 축산면 A(66)씨의 집이 무너지면서 A씨 아내(59)가 매몰돼 숨졌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폭우로 주택이 쓰러지면서 노부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박모(69·여)씨는 구조했지만 김모(72)씨는 매몰돼 수색 작업 중이다.이날 오후 9시 50분경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 갔다. 이 차에는 인근 사찰 승려로 추정되는 운전자 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수색 중이다.

강원도 삼척에서도 인명사고가 일어났다. 3일 오전 1시 1분경 삼척시 오분동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안방에서 잠을 자던 김모(77·여)씨가 무너진 집 벽과 장롱에 깔리면서 사망했다.

민간·공공시설 등 재산피해도 속출하고 있다.완도와 제주, 목포 등에서는 주택 101동이 침수되고 5동이 파손됐다. 창고 3동과 비닐하우스 8곳도 피해를 봤다.

경북 봉화에서는 영동선 관광열차가 산사태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으며 코레일이 긴급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경남을 중심으로 14곳에서 도로 사면이 유실됐다.2일 오후 3시께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서는 한 변압기에 벼락이 떨어져 주변 지역이 1시간 동안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대구에서는 중구 동성로 건물 3층에서 유리가 파손돼 길에 떨어졌으며, 달성군 구지면 도로의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 수성구 일대는 낮시간 낙뢰로 신호등 19곳이 먹통이 됐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강원 삼척에 400㎜의 폭우가 쏟아져 삼척 시내 도로가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에서는 학교 1곳의 지붕이 파손됐고 전남 완도군 완도읍 내 초·중학교와 중앙시장 등 13곳이 일시 침수됐다.

제주도 성산읍·구좌읍 일대 1천56가구에서 한때 정전을 겪었다.

항공기 운항은 이날 6시 현재 모두 재개됐으나 여객선은 계속 발이 묶여 있다.

전날부터 부산∼제주 등 100개 항로에서 여객선 165척 운항이 통제되거나 결항했다. 부산·제주·마산·목포 등 주요 항만의 선박 입·출항도 통제되고 있다.

한라산·지리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515개 탐방로도 출입이 금지됐다.

3일 오전 1시 30분께 영덕군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강구시장 70여 가구와 오포 2리 100여 가구, 오포 3리 30여 가구, 영덕시장 인근 70여 가구가 침수됐다.

0시 12분께는 포항시 기북면에서 주택 1채가 전파되고 오전 1시 16분께는 영천시 도동에서 주택 4채가 침수됐다.

이와함께 경주시 외동읍 국도 7호선 냉천터널 사면 20여m, 울진군 울진읍 온양리 국도 7호선 도로사면 150m 구간 등 도로 4곳과 하천 3곳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민 대피도 잇따랐다.

포항시 청하면과 신광면 등 산사태 우려지역 38가구에서 80여명의 주민이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울진군 울진읍 읍내3리에서는 0시 30분께 하천 범람 우려로 500여 가구가 군민체육센터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울진군 평해읍에서도 300여 가구가 평해읍복지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밖에 포항시 대송면에서는 하천범람으로 주민 20여명이 임시로 대피했다가 3일 오전 2시께 귀가하는 등 경북도내 27개 지역에서 1천738가구, 1천800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이 북상하면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일대가 침수됐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에 상륙한 '미탁'은 밤사이 남부지방을 관통한 뒤 이날 오전 6시께 경북 울진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경남, 부산, 울산, 경북, 대구, 강원 영동에 발효된 태풍 특보는 점차 해제될 예정이다.기상청은 그러나 이날까지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비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